[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퇴근길에 유명 커피체인점 홍차에 수면제를 타 직장동료에게 먹인 후 성폭행한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이광만)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이모(31)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과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연휴용생)“퇴근길 몸에 좋은 차 한잔?”…‘수면제 홍차’ 먹여 직장동료 성폭행

이씨는 지난해 12월 5일 오후 불면증이 있다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모 내과의원에서 불면증 치료제로 수면제 성분이 있는 졸피뎀을 처방받아 구입했다. 이씨는 같은날 저녁 피해자 A(20ㆍ여)씨에게 집까지 데려다 준다며 승용차에 태웠다.

바로 이어 이씨는 스타벅스에서 홍차의 한 종류인 ‘잉글리쉬 블랙퍼스트’를 구입한 후 졸피뎀 4~5정을 넣었다.

이씨는 A씨에게 “몸에 좋은 차이니까 마셔라”며 ‘수면제 홍차’를 건네 마시게 했다.

이후 정신이 혼미해진 A씨를 이씨는 인근 모텔로 데리고 간 후 이날 밤과 다음날 새벽, 아침 3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A씨가 ‘수면제 홍차’를 마신 직후 모두 토했기 때문에 수면제의 약효가 사라져 피해자의 의식이 돌아온 상태로 동의하에 관계를 가졌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이날 밤 피해자가 엄마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 등은 인정되지만 (오타 및 내용을 고려했을 때) 의식이 명료하게 돌아온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이씨와 모텔을 나서서 곧바로 함께 출근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다음날 아침 성관계를 가질 당시 수면제 약효에서 벗어난 것으로 오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회사에 출근한 이후 한동안 정신이 멍한 상태에 있다가 부분적으로 기억나는 이씨의 행동에 대해 다음날인 7일에서야 자신의 친구에게 말했고, 범행 4일 뒤에야 피고인을 책망하기 시작했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원심이 범행 당일 및 새벽의 성폭행 범행을 유죄로 인정했고, 이로부터 단순히 5시간 정도 지났다고 해 이전 범행과 달리 피해자의 동의 또는 승낙이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생기진 않는다”며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에는 변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