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인천 송도에 거주하는 A(62) 씨는 추석을 앞두고 바로 아래에 거주하는 이웃에게 “손자들이 좀 시끄러울 수도 있는데 이해 좀 해 달라”며 미리 양해를 구했다. 매 해 명절 때마다 층간소음으로 아파트 곳곳에서 다툼이 벌어지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선물공세’를 펼치는 사람도 있다. 이번 추석 4~5살 손녀들을 기다리는 B(70) 씨는 “명절 음식을 이웃들에게 조금 가져다주면서 미리 말을 해 놓았다”며 “아이들이 뛰노는 걸 말리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층간소음’이 살인까지 부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명절 이웃간 덕담도 변화하고 있다. 이웃간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 더욱 조심하는 모습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층간소음과 관련된 콜센터 누적상담은 4만8462건에 이른다. 하루평균 58건의 층간소음 관련 상담이 접수된 셈이다.
특히 명절이 있는 1월~2월이나 9월~10월은 특히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만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크게 우려되는 시기다. 층간소음이 대개 어린이들의 활동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센터가 층간소음이 발생한 현장에서 진단한 결과를 보면, 1만2355건의 현장진단 중 소음원이 ‘아이들이 뛰거나 발걸음’인 경우는 8873건으로 전체의 71.8%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범죄를 저지르는 일까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지난 20일에는 한 5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견디다 못해 홧김에 집 안에 설치된 가스밸브럴 열어 놓아 폭발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도 경기도 부천에서 한 40대 남성이 층간소음에 항의하던 아래층 이웃을 살해하고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층간소음의 근본적인 해결은 아파트 바닥에 완충재를 사용하는 등 건설단계에서 소음방지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이웃간 서로 양해를 구하고 조심하는 게 가장 현명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최근 ‘공동주택 층간소음해결가이드’를 통해 ▷위층에서는 가족모임 행사를 아래층에 미리 알려 양해를 구할 것 ▷가족이 모여 생활하는 공간에는 매트나 카펫을 깔아 소음 방지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했다. 또 아래층의 경우는 ▷소음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직접 항의하기보다는 관리사무소 등 제3자에게 중재를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서지혜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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