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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가너를 상대로 시즌 15승 달성에 성공한 잭 그레인키 (사진=OSEN)

잭 그레인키(31)와 메디슨 범가너(25)가 만났다. 올 시즌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와 지난해 월드시리즈 MVP의 정면충돌. 종착역을 향해 가는 정규시즌 막바지에 나온 최고의 빅매치였다. 더욱 절박한 쪽은 범가너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전날 경기에서 14회 연장 끝에 패하며 다저스와의 격차가 4.5경기로 벌어졌다. 1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와일드카드 2위 컵스와의 격차가 5.5경기였음을 감안하면 샌프란시스코는 지구 우승에 포커스를 둬야 하는 상황. 다저스와의 6경기가 남아있지만, 로테이션대로라면 샌프란시스코는 그레인키-커쇼의 원투 펀치를 4경기나 상대해야 한다. 이에 범가너가 나서는 경기, 더군다나 이날 패배는 사실상 지구 우승의 가능성이 희박해짐을 감안하면 결코 놓칠 수 없는 경기였다. 나란히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두 투수는 2회 위기 상황에서 나란히 상대 투수와 마주하는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먼저 위기를 맞이한 것은 그레인키. 선두타자 포지에게 안타를 허용한 그레인키는 2사 후 2루수 페라자의 어이없는 뜬공 포구 실책으로 2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후속 타자는 범가너. 범가너는 지난해 9월 그레인키에 홈런을 때려낸 바 있는데, 이는 그레인키가 2013년 다저스로의 이적 후 투수에게 허용한 유일한 피홈런이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그레인키는 범가너를 초구에 2루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범가너 역시 2회 반슬라이크와 엘리스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2사 1,3루 위기를 맞이했다. 타석에는 그레인키. 이날 피더슨을 제치고 올 시즌 처음으로 8번 타자로 출전한 그레인키는 볼 카운트 2-2에서 범가너의 몸 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정확히 받아쳤다. 좌익 선상 안타가 예상되던 순간.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3루수 맷 더피는 몸을 날렸고, 타구는 그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그럼에도 선취점은 다저스의 몫이었다. 3회말 2사 1,2루 기회에서 타석에 선 곤잘레스는 범가너의 초구 92마일 패스트볼을 가볍게 받아쳐 좌익수 앞 적시타를 터뜨렸다. 다저스로선 범가너로부터 15이닝 만에 뽑아낸 귀중한 선취점이었다. 3회부터 6회까지 4이닝 연속 상대 타선을 삼자 범퇴로 처리한 그레인키는 7회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선두타자 브랜든 벨트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포지에게 이날 경기 첫 볼넷을 내준 것이다. 샌프란시스코가 두 명의 주자를 내보낸 것은 이날 경기 처음이었다. 말론 버드의 2루 땅볼로 이어진 1사 2,3루 위기.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그레인키는 본인의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했다. 전날 웨이버 트레이드로 보스턴에서 이적한 데아자를 상대로 루킹 삼진을 잡아낸 것. 현지 중계 화면의 투구 추적 시스템에서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심판은 주저 없이 삼진 콜을 외쳤다. 한숨을 돌린 그레인키는 톰린슨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갔다. 위기를 넘기자 곧바로 다저스의 쐐기점이 나왔다. 올 시즌 23개의 홈런 중 좌완 상대 홈런이 3개에 불과했던 작 피더슨이 범가너의 92마일 패스트볼을 통타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피더슨이 좌완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것은 6월 3일 이후 정확히 세 달 만이다. 매팅리 감독은 7회까지 106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그레인키를 8회에도 올렸다. 다저스 불펜진의 불안감을 방증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는 악수가 됐다. 구위 저하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던 그레인키는 1사 후 3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을 했다. 그나마 마운드를 물려받은 루이스 아빌란이 벨트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다저스는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다저스는 9회 켄리 젠슨이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2-1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커쇼를 상대로 두 차례나 승리를 따냈던 범가너는 그레인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시즌 7패(16승)째를 당했다. 아울러 최근 5경기 연속 승리 행진이 중단됨과 동시에 시즌 다저스전 네 번째 등판 만에 첫 패를 당했다(이전 3경기 2승 1.31). 반면 다저스와 그레인키는 1승 이상의 수확을 거둔 경기가 됐다. 일단 그레인키는 2011 이후 5년 연속 15승 달성에 성공했다. 평균자책점을 1.59로 떨어뜨리며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질주했으며, 승률 역시 .833으로 순위표의 맨 윗자리를 공고히했다. 게다가 그레인키는 최근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지난 등판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제이크 아리에타(시카고 컵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던 상황으로, 본인의 통산 두 번째이자 양대 리그 사이영상 수상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다저스 역시 샌프란시스코와의 격차를 5.5경기까지 벌리며 지구 우승이 가까워지고 있다. 두 팀의 잔여 경기는 다저스가 31경기, 샌프란시스코가 30경기. 다저스가 5할 승률(16승 15패)을 기록할 경우 샌프란시스코는 7할(21승 9패) 승부를 가져가야만 승차를 없앨 수 있는 상황으로, 다저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샌프란시스코에게 3승 9패의 절대 열세를 보였던 다저스는, 내일 클레이튼 커쇼가 등판해 올 시즌 첫 샌프란시스코전 스윕에 도전할 예정이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