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인 조진주(27·사진)는 서태지의 ‘너에게’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고, 홍대 인근 카페에서 공연하는 신세대 바이올리니스트다.
2010년 탱고 연주 라운드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 콩쿠르에 참가했다가 덜컥 1위를 차지하고, 2014년에는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실력파이기도 하다.
지난 4월부터 그는 공연예술 월간지 객석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소설가 은희경, 현대무용가 차진엽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수련(PRACTICE)’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글을 싣는다. 지난 15일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조진주는 “인터뷰는 마치 장인을 찾아가서 비법을 전수받는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조진주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다. 언젠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저는 듣도 보도 못한 것을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을 때가 있어요.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을 만나다보니 새로운 각도로 생각하게 됐죠. 글을 쓰면서 제 지평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글쓰기는 평생 하고 싶어요”
조진주는 전날도 대중가요계의 거장과 새벽 1시반까지 인터뷰를 했다. 지난 16일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서 올해 세번째 연주회인 ‘방황’에 이어 18일 KBS교향악단과 협연한다.
연주에 칼럼 마감까지 바쁜 일정이지만 “모든 게 다 재미있으니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찾아가는 사랑의 금호아트홀’ 음악회나 소록도병원 연주 등 전국 각지를 다니며 무보수로 연주를 하는 것도 보람이나 사회공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있어서’라고 한다.
“봉사도 아니고 그냥 제가 좋아서 연주하는 거예요. 사람들과 격이 없이 연주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뿐만 아니라 그는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클래시컬 레볼루션’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한 비영리 프로젝트로 “콘서트홀이 아닌 곳에서 음악을 들려주자”는 취지다. 조진주는 지난해말 이태원, 홍대 인근, 가로수길 카페에서 시범삼아 연주를 했고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같이 할 연주자들을 찾기가 어려워요. 스승이나 선배들이 무보수로 연주하는 사례를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술계가 경쟁이 치열하고 각박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음악은 경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같이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잖아요. 경쟁이 치열한 만큼 그 속에서 조금이라도 성공을 맛봤다면 조금씩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전문 음악가로서의 ‘수련’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대중성만 중요하다고 보진 않아요. 학문적으로만 파는 것도 옳지 않죠. 두 가지가 같이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진주는 오는 10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서 마지막 연주회인 ‘추억’을 개최한다. 올해말에는 미국 카네기홀에서 독주와 협연으로 두 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