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재난때 마다 실기·판단 착오…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대응 도마에 정부 불신넘어 조롱 대상으로

이달 초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는 ‘박근혜 번역기’라는 페이지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박 대통령의 대선 로고였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풍자해 ‘내 말을 알아듣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한 이 페이지는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을 모아 알아듣기 쉬운 말로 바꿔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조롱의 성격이 강하다.

온라인 상에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를 풍자하는 각종 신조어도 난무한다. 메르스와 어부지리를 합쳐 메르스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메부지리’나 메르스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망신을 당한 사람을 일컫는 ‘메가망신(메르스+패가망신)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지난 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에서 이번 메르스 사태까지 지속적으로 무능함을 보여주면서 대중의 조롱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당국이 대형 재난 때마다 ‘판단착오→무능한대응→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일관하면서 불신이 자조섞인 조롱으로 변한 것. 이 과정에서 정부의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권위는 SNS의 확산과 함께 땅에 떨어졌다. 지난 세월호 침몰 사건 때부터 정부는 국민안전과 연결된 각종 사건에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은폐하는데 급급했고, 시민들은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전문가들은 SNS확산으로 인한 정부의 권위 축소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김병관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나 전문가가 정보를 독점할 때 대중이 강렬하게 저항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ICT발전에 의해 대중은 개방적인 사회에 익숙해지고 이에 따라 규범의 성격이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는 개인 간 갈등을 완화하고 규율을 만들고 판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의 전파력이 워낙에 빠르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속도도 훨씬 높다”며 “여기에 현 정부가 상대적으로 문제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면서 문제가 더욱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지혜ㆍ배두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