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기를 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법적 절차에 밟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 측이 합병 근거가 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반박에 나섰다. 다음달 17일 양사 합병에 대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세력 확보전이 치열한 와중에 삼성물산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삼성물산은 10일 침체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의 미래 불확실성이 합병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는 내용을 관련 데이터로 제시했다. 이는 자사 주가가 낮은 시점을 고의로 선택해 합병 비율을 불리하게 결정했다는 엘리엇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삼성물산 “국내 건설사 대부분 PBR 1 미만…합병비율 문제없다”

삼성물산이 구체적인 주가와 자산 지표를 내세워 엘리엇 측 주장에 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4일 3대 주주로 깜짝 등장한 엘리엇이 합병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상 규정에 따라 결정됐으며 시장이 평가한대로 합병비율을 적용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물산 측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병을 결정한 것은 주가가 최저점인 시점을 택한 게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PBR이 1에 미달한 것은 지난 수년간 건설 경기 침체와 업황 회복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따른 주가 하락에 원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눠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다. PBR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기업의 자산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기준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PBR은 삼성물산이 0.67배다. GS건설 0.61배, 현대건설 0.81배, 대림산업 0.50배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건설사 대다수가 PBR이 1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업황 부진이 극심한 상황에 빠져있다는 데이터다.

삼성물산 측은 “이같은 미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가능한 이른 시일 내 합병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내고 효율을 제고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이 주주들을 위해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판단해 합병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계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지주회사의 경우도 시장에서는 순자산가치를 평가할 때는 상당한 폭으로 할인된 가치를 적정주가로 판단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매매가 자유롭지 못한 관계사 지분의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2015년 1분기 LG의 PBR은 0.85배, CJ는 0.56배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엘리엇은 전날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 데 변함이 없다“면서 삼성물산과 이사진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