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몰려 오면서 유통업계 뿐만 아니라 호텔업계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유커들로 인해 특급호텔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일제히 비즈니스 호텔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시내 면세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급호텔들의 경우 객실로 얻는 수익은 20~30% 안팎으로 떨어진 반면 면세점 수익은 70~80%를 차지할 정도로 수익구조가 바뀌면서 너도나도 면세점 입점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고 국내 최대 면적의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하기로 한데 이어 면세점 1위 롯데호텔도 김포공항과 이태원, 홍대 등을 놓고 신규 면세점 영업장 부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현대산업개발이 시내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을때 업계에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관리ㆍ경영 능력이 경쟁사들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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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텔부지 외에는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면세점 강자 호텔신라와 손을 맞잡으면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용산아이파크몰에 연면적 28만㎡의 국내 최대 면세점을 짓고 대형버스 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 설립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광주까지 개통한 호남선KTX의 출발점이라는 이점과 함께 신라면세점의 운영 노하우를 합쳐 유커 쇼핑의 세계적 명소로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의 시너지효과로 인해 면세점 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는 다른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당초엔 시내 면세점 사업 진출에 뜻이 없었던 롯데의 경우 두 회사의 합작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끼고, 결국 6월에 시내 면세점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12월 소공동과 잠실점에 있는 면세점 특허 만료 이후 재선정을 100%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도 이같은 진로 선택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롯데호텔도 이에 6월 시내 면세점 진출을 선언하고 신규 부지 선정에 고심중이다. 현재 동대문 롯데 피트인과 롯데몰 김포공항점 및 가로수길과 이태원, 신촌 등을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 네트웍스도 신촌ㆍ홍대 지역과 SK 건물들이 밀집한 을지로 등을 유력 후보지로 보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와 마찬가지로 호텔업계도 현재 성장이 정체돼 있다”며 “면세점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고 시내 면세점 평가기준에 맞추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