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평소 ‘부자 증세’를 주장하던 미국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가 세금 이연이라는 미국 세법상의 맹점을 이용해 상당한 액수의 부를 쌓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그가 지난 2008년 미국 의회의 세법 개정에 따라 2017년까지 그동안 밀린 세금 수십억 달러를 내될 것이라고 1일 보도했다.

세금이연 기법은 돈을 맡긴 고객들로부터 받아야 할 수수료 수령을 뒤로 미룸으로써 그 수입에 대한 당국의 과세를 피하고,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이 수입을 재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소로스가 세금 이연 기법으로 벌어들인 돈은 2013년 말 약 133억달러(약 14조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300억달러(약 32조원) 가까운 재산을 지녀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BBI)상 세계 23위에 오른 거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방세율 39.6%, 주와 시 정부 세율 12%, 여기에 건강보험인 오바마케어에 내야 하는 보험료 3.8%를 적용할 때 납세해야 하는 금액은 67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소로스측이 당국에 제출한 공개 자료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재산 등을 감안하면 실제 세금은 달라질 수 있다.

미 의회는 다른 투자자들도 이러한 수법으로 세금을 피하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2008년 세법상의 허점을 메우는 새 법을 만들었지만, 소로스는 이 법의 발효 1주일전, 당시 이 법의 피난처로 여겨졌던 아일랜드로 재산을 옮겼다.

소로스측은 “내야 할 세금 이상으로 세금을 내야 할 헌법상의 의무는 없다”며 “(소로스는) 불법한 행위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973년 주로 부유한 유럽인들의 자금 1200만달러를 모아 투자회사를 시작한 소로스는 1995년 낸 자서전 ‘소로스 온 소로스’에서 고객의 수익중 자신의 몫 거의 전부를 재투자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머니 매니저들이 수수료 수령을 미루고 펀드에 그대로 둬서 세금을 내지 않은 채로 불려나가는 것을 막는 법은 없었지만, 매니저들이 수수료를 떼가지 않으면 돈을 맡긴 고객들이 그만큼 더 세금을 내야 했기 때문에 미국 투자회사들이 이를 활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찾은 우회 방법이 고객들을 위해 미국의 세법을 적용받지 않는 역외에 패러렐 펀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돈을 맡긴 고객들로서는 펀드 매니저들의 세금이연 여부에 신경쓸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펀드 매니저들은 투자액의 2%인 운용수수료와 운용 수익의 20%를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불려나가는 것이 가능했다.

수수료 등에 대한 세금은 소득세로서, 자본이득세보다 세율이 높기 때문에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는 세금이연 방식이 특히 유리했다.

블룸버그는 재무 전문가의 계산을 예시해 소로스처럼 1200만달러의 투자액으로 시작해 수익의 20%를 세금없이 40년 이상 재투자했을 경우 그 수익이 현재 159억 달러로 불어나게 돼 있는데, 세금을 모두 냈다면 24억달러로 대폭 줄어들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소로스가 아일랜드에 세운 퀀텀 인다우먼트 아일랜드 역시 25%의 법인세를 내게돼 있는 것을, 이른바 ‘이윤참여증권’을 발행해 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이 증권 소지자들에게 배당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2008년 10월부터 2013년 말까지 이 회사는 72억달러의 운영소득을 이윤참여증권 소지자들에게 거의 전부 배당하고 남은 돈 3851달러를 순소득으로 간주해 법인세 962달러만 아일랜드 당국에 냈다. 이 이윤참여증권 대부분은 소로스가 세운 면세 비영리 단체 오픈 소사이어티 파운데이션 것이다.

블룸버그는 소로스측이 아일랜드 과세 당국에 제출한 자료를 활용,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