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비즈니스 호텔에 대한 정의는 없다. 마케팅 용어일 뿐이다.”(호텔업계 관계자).

최근 몇년 새 비즈니스 호텔이라고 이름붙인 호텔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비즈니스 호텔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다. 비즈니스 호텔은 객실 서비스를 포함한 부가 서비스를 특급호텔보다 간소화하고, 고객 서비스 개념으로 운영되는 레스토랑도 최소한으로 운영한다. 이로인한 비용절감의 혜택은 고객에게 돌아간다. 특급호텔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통상 비즈니스 호텔의 정의처럼 여겨져왔다.

하지만 비즈니스 호텔의 정의는 대기업 호텔들의 시장진입으로 그 정의가 점차 변하고 있다. 장기불황으로 특급호텔 객실운영이 녹록치 않고, 일본인 관광객 감소로 관광수요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특급호텔 시장에서 오랜 노하우를 쌓아온 대기업들이 점차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다. 가격은 기존의 비즈니스 호텔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점차 비즈니스 호텔들도 특급호텔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호텔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가격적인 혜택만으로는 차별점을 갖기 어려워 졌다”며 “정확한 타겟을 갖고 그것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본인만의 포지션을 갖는 것이 호텔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대기업도 다 뛰어들었다…비즈니스 호텔의 경제학

▶서울 비즈니스 호텔 시장, 대기업 3파전 본격화=지난 1일 신세계그룹의 신세계조선호텔이 첫 비즈니스 호텔의 문을 열었다. 기존에 손을 잡아왔던 웨스틴 브랜드를 보유한 스타우드 그룹의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인 포포인츠가 첫 브랜드로 선택됐다.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서울역 맞은편에 첫 비즈니스 호텔을 세운 신세계조선호텔의 합류로 기존에 롯데호텔, 호텔신라가 진출해있던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대기업 3사가 모두 진출하게 됐다. 특히 신세계조선호텔이 2017년 신세계 본점 부근에 또 다른 비즈니스 호텔 설립계획을 알리며 비즈니스 호텔 확장에 대한 의지를 표명, 서울권 비즈니스 호텔 시장 내 대기업 3파전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대기업 호텔 중 가장 먼저 비즈니스 호텔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은 롯데호텔이다. 롯데시티호텔 브랜드로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진출한 롯데호텔은 2009년 마포에 첫 호텔을 오픈한데 이어 현재 김포공항, 구로까지 서울 시내에 3개의 호텔을 운영 중이다. 2015년에는 명동에 롯데시티호텔과 라이프스타일 호텔로서 첫 선을 보이는 부띠끄형 호텔 ‘L7’이 문을 열 예정이다.

롯데에 이어 2013년 동탄에 ‘신라스테이’ 브랜드로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첫 발을 디딘 신라스테이는 지난해 신라스테이 역삼을 오픈, 공격적으로 서울 내 비즈니스 호텔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일 서대문에 이어 오는 9월에는 롯데시티호텔이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마포에 또 다른 신라스테이를 오픈, 본격적으로 서울 중서부권에서 롯데호텔과 비즈니스호텔 시장에서 맞붙을 전망이다. 또 2016년에는 광화문과 구로, 서초에도 신라스테이가 문을 연다. 3년 새에 서울내에만 6개의 비즈니스 호텔을 여는 셈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비즈니스 호텔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데에는 ‘수익성’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불황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한 특급호텔 시장에서 매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비즈니스 호텔 시장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타 특급호텔을 보유한 기업들도 서서히 비즈니스 호텔 진출의 시동을 걸고 있다. 세종호텔은 오는 9월에 청계천 주변에 첫 비즈니스 호텔을 착공, 2017년 하반기쯤에 문을 연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소유주인 주식회사 씨디엘호텔코리아 역시 밀레니엄 서울힐튼에 인접해 있는 부지를 매입, 레지던스 호텔과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결합된 500실 규모의 호텔건립을 위한 준비작업의 막바지 단계에 있다.

또다른 특급호텔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비즈니스 고객들 역시 특급호텔급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호텔로 향하면서 특급호텔의 타겟층이 모호해졌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도 일본인 관광객이 빠진 공실분을 채우지 못하니 결과적으로는 대중화된 호텔로 전향하는 것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호텔 시장은 이미 포화? 제2의 ‘비즈니스 호텔시장’ 찾아나서다=국내 로컬 특급호텔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500억원을 들여 지난달 22일 오사카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을 인수했다. 앞서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후쿠오카에 비즈니스 호텔인 ‘IP 시티호텔 후쿠오카’를 운영해왔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이 국내 시장 대신 일본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하나다. 국내 비즈니스 호텔 시장의 수익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측은 “호텔들이 앞다퉈 비즈니스호텔 전쟁에 뛰어들고 있긴 하지만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유커들이 한국보다는 일본을 선호하는 경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며 “그칠 줄 모르는 엔저 현상으로 중국인 뿐만이 아니라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도 매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는 국내 비즈니스 호텔 시장보다는 더욱 시장성 있는 다른 ‘시장’을 택한 것이다.

이른바 ‘제2의 비즈니스 호텔 시장’을 찾아나선 것은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만이 아니다. 역삼에 위치한 비즈니스 호텔 머큐어 앰버서더 강남 쏘도베는 5월 인사동에 새 브랜드 호텔을 착공한다. 쏘도베의 세컨드 브랜드로 오픈 예정인 해당 호텔은 비즈니스 호텔보다 한단계 중저가 호텔로 문을 열 계획. 더 저렴하면서도 일정 수준이상의 서비스를 원하는 젊은 관광객이 주요 타겟이다.

우희명 머큐어 앰버서더 강남 쏘도베 회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비즈니스 호텔을 (또) 짓게되면 이미 많이 생겨난 비즈니스 호텔들과 또 경쟁을 해야하지만 중저가로 내려가면 거기까지는 (기존 호텔들이)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며 “토요코인, 이비즈 버젝과 개념은 비슷하되 내부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 젊은 취향의 호텔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