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 김재수> 사이버거래로 新유통시대 열자

농수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걱정이 많다. 값도 문제지만 원산지가 의심스럽고, 물건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먹는 식재료이므로 가장 신뢰가 필요한 것이 농산물이다. 농산물을 적정한 값에 구매하고, 품질과 안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과제다. 전통적으로 농수산물은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농수산물 온라인 거래는 회의적이었다.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장개방과 통신기술 발달로 온라인 시장 확대는 불가피하다.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심리는 온라인 거래를 더욱 증가시킨다. 대형마트나 시장을 찾던 주부가 이제는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한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모바일 시장도 크게 늘어났다.

올해 유통업계는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오프라인 쇼핑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한다. 농수산물 온라인 거래는 세계적 흐름이고, 확산 추세다. 중국의 농업 분야 전자상거래 업체는 약 3만개에 달하며, 농산물 취급 온라인 기업은 3000개에 이를 정도다.

온라인 거래라는 시대적 흐름에 잘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세계 가전업계를 호령하던 소니와 휴대폰의 지존이라던 노키아도 몰락 위기에 처했다. 디지털시대, 스마트폰 등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잘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식품 분야도 무한경쟁 시대에 직면해 있다. 우리 농수산물 유통의 고질적인 병폐인 유통비용 절감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수송비, 포장비 등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인건비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유통개선의 새로운 대안으로 농수산물 사이버거래가 대두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를 통해 지난해 1조6000억원의 거래실적을 올렸다. 2009년 52억원에서 출발해 불과 3년 만에 30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2조원을 거래 목표로 세우고 있다. 전국 공영도매시장 거래액의 20%에 달하며, 농림수산업 총생산액 51조의 4%에 이른다. 농산물 온라인 거래는 중간유통단계와 비용을 줄여 소비자 마음을 움직였다. 4∼5단계에 이르는 유통단계를 단축해 연간 500억원 이상의 유통비용을 줄였으며, 단체급식 등 대량구매처도 늘어나고 사전예약제 운영 등 새로운 거래방식도 나타났다.

온라인 거래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과제도 많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품질관리에 대한 신용도 필요하다. 위생, 저장, 물류, 판매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으면 서기 어렵다’고 했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농산물 분야에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신뢰를 통해 새로운 유통시대를 열어가자.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