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세월호 희생학생과 교사들을 기리는 단원고 학생들의 1주년 추모행사가 16일 오후 7시부터 안산 단원고 운동장에서 열렸다.
행사시작 전부터 각기 다른 교복을 입은 수십명의 학생들이 정문 앞에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렸고, 행사가 시작하자 운동장에는 희생학생과 교사들을 추모하려는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세월호 사고에서 생존한 3학년 학생 대표로 추모사를 읽은 한 학생은 “잘 지내고 있니? 거긴 좋아?”라며 운을 뗐다.
이어 “우리의 시간은 작년의 오늘에서 멈춰버렸고 언론 외에도 수많은 사람의 관심과 집중, 주위 시선들과 수군거림, 모욕과 악플들이 상처가 되기도 한다”며 그간의 힘들었던 심정을 밝혔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라고, 잊으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며 “이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안전하고 바른 사회가 되는 그날까지, 꼭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단원고 졸업생인 한 동문은 “벌써 1년이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세상에는 우리가 겪어보지도 못한 상상하지도 못한 즐거움이 많은데 함께 하지 못해 너무 속상하고 미안하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졸업생은 “너희의 못다 이룬 꿈도 이뤄내고 너희가 원했던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 나겠다”고 별이 된 후배들에게 마음을 전했다.
이날 추모행사는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의 추모사 낭독, 밴드부의 추모공연, 3학년 학생들이 부르는 가수 이선희의 ’인연‘ 합창공연 등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앞서 이날 오전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을 비롯한 전교생 800여명이 합동조문을 위해 하나 둘 교문을 나섰다.
가슴팍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단 학생들은 친구와 맞잡은 손을 꼭 쥐거나 손수 준비한 꽃다발과 편지를 손에 들고 분향소로 향한 벚꽃길을 차분히 걸었다.
20여분 걸어가자 정부합동분향소라고 적힌 하얀 천막에 다다랐고, 학생들의 눈가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노란 난으로 둘러싸인 희생 학생과 교사들의 영정 앞에 서자 학생들은 참아왔던눈물을 쏟았다.
영정 앞 재단에 학생들이 내려놓은 하얀 국화가 쌓일수록 분향소 안을 채우는 울음소리는 커졌다.
거짓말처럼 1년이란 시간은 흘렀지만 영정 속 환한 표정을 한 친구들은 작년 모습 그대로였다.
그동안 전하고 싶었던 말 대신 눈물로 인사를 전한 학생들은 교사들의 부축을 받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겨우 옮겼다.
분향소 밖으로 나온 일부 생존학생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한참을 통곡했다. 탈진에 가까운 증상을 호소해 나머지 학생들이 모두 헌화를 마칠 때까지 한동안 분향소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장동원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는 “일부 학생들은 어젯밤 잠도 못자고 등교했다.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 학교 가기 싫다는 학생들도 겨우 학교로 보냈다”며 “하루빨리 사고 진상 규명이 이뤄져 아이들도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의 합동조문을 이끈 추교영 단원고 교장은 “학생들은 명절이나 생일 때도 종종 친구들이 있는 분향소에 다녀왔다. 오늘은 1주년이다 보니 전교생이 한자리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