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도쿄)] 우리나라보다 10년 먼저 카페붐이 일었던 도쿄에는 지금 어떤 카페가 가장 핫할까.

엔저 효과와 저가 항공 확대로 가뿐하게 떠날 수 있는 일본. 주말을 이용해 도쿄 카페 여행을 가봤다.

프렌차이즈 카페의 홍수 속에서, 좀 더 세밀한 감성과 까다로운 콘셉트로무장한 카페 다섯 군데를 소개한다.

▶오모테산도 커피(Omotesand Koffee)= Coffee가 아니라 Koffee다. 지극히 일본스러운 목조주택을 개조한 오모테산도 커피는 간판 하나 달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긴 줄이 늘어선다.

문 안쪽으로 들어서면 작은 앞마당이 나온다. 집은 다다미, 고가구, 맹장지를 바른 문으로 장식돼 있다. 일본식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곳에서 말차가 아닌 커피가 판매된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집 안에 들어서면 한 대의 커피머신에서 부지런히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는 단 한 명의 바리스타가 있다.

[김지윤 기자의 트렌드리포트] 도쿄 카페 여행

시그니처 메뉴는 아이스 카푸치노. 실키한 라떼 위에 부글부글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황홀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시나몬파우더 대신, 초코파우더를 소복이 덮은 것이 특징. 내부 테이블은 없지만, 자그마한 마당 나무 의자에 앉아 물그릇과 화초, 풀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그러나 이보다 감동적인 건, 주문부터 제조까지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는 주인의 정중하고 정갈한 접객. 아무리 손님이 밀려도, 이곳 커피맛처럼 흐트러짐없이 한결같다.

▶블루보틀(Blue Bottle)=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뜨거운 인기로 제3의 커피물결(스페셜티 커피, 싱글 오리진처럼 커피의 풍미를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는 로스터리 커피전문점)를 몰고온 블루보틀이 도쿄에 상륙했다.

푸른색 약병 로고는 ‘커피계 애플’ 이라고도 불릴만큼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다.

지난 2월, 도쿄의 조용한 주택가 기요스미에 1호점이 오픈했고 2호점은 명품샵이 즐비한 아오야마 뒷골목에 자리 잡았다. 최상의 오가닉 원두를 골라 로스팅한지 48시간 내에 소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블루보틀의 핵심은 한잔 한잔 정성들여 담아내는 마이크로 브루. 미국 현지에서 온 트레이너가 바리스타들을 지도해 일정한 맛을 고수하며 오픈 바에서 커피를 내리는 진지한 그들을 볼 수 있다.

[김지윤 기자의 트렌드리포트] 도쿄 카페 여행

드립커피, 아이스커피, 에스프레소 메뉴와 브런치를 취급하고 다양한 홀빈과 블루보틀만의 커피용품, 에코백도 판매한다. 신선한 커피는 더 할 나위 없고, 반죽에 요술이라도 부린 듯 와플과 도너츠는 입에 넣는 순간 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안타까운 건 소문난 집에 모여든 엄청난 인파 덕분에 한갓진 커피타임을 즐기기엔 무리라는 점.

[김지윤 기자의 트렌드리포트] 도쿄 카페 여행

▶리틀냅 커피스탠드(Llittle Nap Coffee Stand) = 꾸미지 않아도 분위기 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매력이 넘치는 곳.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도쿄에서 손꼽히는 로스터리 중 하나다. 카페 주인이자 바리스타 다이스케 하마다 씨는 20대 초반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것을 보고 이를 동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부츠를 수선하기 위해 부츠샵에 갔을 때 장인들이 땀 흘리며 수선하는 것에 감명을 받고, 아뜰리에 같은 커피 공방을 차리고 싶다고 결심, 2011년 2월에 이곳을 오픈하게 된다.

리틀냅의 블렌딩은 일정하지 않다. 다이스케 씨가 매일 아침마다 그날의 날씨를 어울리는 블렌딩을 하기 때문. 커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예민한 감성 없이는 힘든 일이다.

[김지윤 기자의 트렌드리포트] 도쿄 카페 여행

일본에는 커피와 문화를 접목시킨 공간이 많은 데 이곳 주인 역시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지난 2월 22일에는 오픈 4주년을 맞아 ‘Little Nap Music Stand’를 개최했다. 주인과 친분이 있는 다양한 장르의 크리에이터들, 아티스트가 게스트로 참여, 음악과 커피 사람이 어우러진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김지윤 기자의 트렌드리포트] 도쿄 카페 여행

커피 머신 정비에도 능하다는 주인답게 각종 커피 기구들이 전시돼 있다. 누군가의 작업실에 놀러온듯 아늑한 느낌을 준다.

▶카페 키츠네(Cafe Kitsune) = 브랜드 메종 키츠네의 카페 버전. 일본어로 여우라는 뜻의 키츠네는 2002년 프랑스를 기반으로 건축가였던 마사야 구로키, 15년간 다프트펑크와 일했던 길다 로액이 만든 브랜드.

일렉트로닉 뮤직 레이블로 시작해 현재는 음악과 패션뿐만 아니라 책, 인테리어 등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넓혔다.

[김지윤 기자의 트렌드리포트] 도쿄 카페 여행…‘커피향따라 타박타박’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카페 키츠네는 파리와 도쿄 감성을 모두 담았다. 대나무로 장식된 일본식 인테리어, 미닫이 출입문, 소나무 분재, 마당에 흐드러진 벚꽃이 조화를 이룬다. 매장 내에는 메종 키츠네의 에코백, 의류, 음반, 휴대폰 케이스 등과 키츠네 블렌딩 원두, 커피잔도 판매한다.

[김지윤 기자의 트렌드리포트] 도쿄 카페 여행…‘커피향따라 타박타박’

뭐 하나 허투로 하지 않는 그들의 자존심처럼 커피 또한 맛깔나다.

▶라떼스트(Lattest Omotesando Espresso Bar) = 드립커피를 주로 마시던 일본인들에게 에스프레소의 매력을 전파한 스트리머 커피컴퍼니가 운영하는 곳이다. 스트리머 커피컴퍼니의 오너인 사와다 히로시는 2008년 시애틀에서 열린 스트리머 라떼아트 경연대회서 아시아최초로 우승한 인물로 라떼에 일가견이 있다.

가게 전면에 콘크리트 질감을 그대로 살린 모던한 인테리어, 중앙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원목테이블은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지윤 기자의 트렌드리포트] 도쿄 카페 여행…‘커피향따라 타박타박’

시그니처 메뉴인 ‘라떼스트’는 강렬한 에스프레소와 마이크로폼 스팀우유가 어우려져 벨벳처럼 부드럽다.

이와함께 겹겹이 생크림이 샌딩된 밀크 크레이프, 각종 디저트도 커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