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수정 인턴 기자]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을 관객보다 못난 인물이 주인공인 연극이라 정의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수 기름 유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된 새누리당과 정부의 당정협의는 ‘희극’적인 요소가 많았다.
‘인기 있는’ 주인공인 윤진숙 장관은 이날 “1차 피해는 GS칼텍스, 2차 피해는 어민”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어민들에게 정부가 우선 보상하고, 차후에 GS칼텍스와 정부가 협의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1차피해는 GS칼텍스’ 발언 이후 분위기는 급속히 험악해졌다. 여당 의원과 장관이 주고받는 통상의 ‘훈훈한’ 분위기도 찾기 어려웠다. 이현재 의원은 “GS칼텍스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문제 인식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장관의 ‘웃음 화법’도 이날은 통하지 않았다. 여상규 의원은 윤 장관에게 “웃지 말라”고 했고, 이 의원도 “지금 사람들이 이렇게 절박한데 웃음이 나오냐”고 질타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예민해진 의원들의 서슬은 퍼랬다.
여당 의원들의 질타에 ‘억울해진’ 윤 장관은 “진행을 시키고 있는데 자꾸 저희보고 아니라고 하시니까…”라며 퉁명스레 말을 받았고, 강석호 의원은 “왜 하고 있는데 질책하냐는 태도는 장관으로서 지양하라”고 지적했다.
‘참모 답변’ 시리즈도 이날 재연됐다. 가장 많은 피해 어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윤 장관이 답변을 못하자 옆에 앉았던 정책관이 “송어”라고 대신 답변 했고, 이후 의원들의 질의는 정책관에게 집중되기도 했다. 질의가 오가는 동안 장관은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이 장면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장면과도 겹친다. 심지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말까지 참모의 말을 받아 그대로 옮기는 윤 장관의 모습은 방송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른시각(오전 7시 30분)에 시작된 이날 당정 회의 테이블엔 아침밥도 올라 있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아침밥에 손도 대지 못했다. 여수 현장에서 코를 막아야 할 정도로 심했던 독감 때문에 식욕이 떨어진 것인지, 의원들의 서슬에 기가 눌렸는지 윤 장관 본인만이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