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주말마다 캠핑장은 물론 하천변이나 계곡에도 텐트가 넘쳐나고 있다. 캠핑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캠핑장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0년 300여개에 불과했던 캠핑장은 2014년 2000개를 넘어섰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 캠핑장이 440곳, 해수욕장이나 계곡에 들어선 관리하지 않는 캠핑장이 250여곳이다. 사설 캠핑장이 1330여곳이나 된다. 이 중 1600여 곳은 아예 등록도 안된 무허가 캠핑장이다.
이러다 보니 최근에는 경치가 좋다고 소문이 난곳에 자고 일어나면 캠핑장이 생겨날 정도로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이로 인해 캠핑장들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캠핑장이 난무하다보니 사건 사고도 줄을 잇는다.
하지만 최근 일부 단체 등에서 캠핑장 쓰레기 줄이기 등 친환경 캠핑 바람도 불고 있다. ▶전기난로에 전기장판까지…캠핑장 왜 왔니?
캠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캠핑장비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캠핑장에 가보면 캠핑을 하러 왔는지 이사를 왔는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엄청난 짐을 싸들고 다니는 캠퍼들을 볼 수 있다.
캠퍼들의 짐을 낱낱이 살펴보면 전기장판, 난로, 선풍기, 냉장고까지 집을 통째로 캠핑장에 옮겨 놓은 느낌이 든다. 장비들은 최상급으로 캠핑문화가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상자 7명이나 발생한 강화도의 글램핑 화재에서 보듯이 장비나 시설과 같은 외형적인 캠핑문화는 최상급으로 발전을 했지만 안전이나 매너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캠퍼들의 규칙과 관련해서는 낙제 수준이다.
7년간 캠핑을 다니고 있는 배경기 씨는 “겨울에 춥다고 전기장판을 깔고 텐트안에 난로를 피우고 여름에는 덥다고 선풍기 돌리고 냉장고를 사용하는 캠퍼들을 최근에는 자주 볼 수 있다”며 “아이들과 같이 캠핑을 오기때문이라곤 하지만 차라리 펜션 등에서 숙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갖출 것 다 갖춘 캠핑은 단지 도시생활의 연장일 뿐 진정한 캠핑은 다소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자연으로 채우는 것이다”고 했다.
캠핑은 도심의 복잡한 일상을 잠시 탈출해 힐링을 느끼려는 사람들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캠핑장의 밤은 화끈(?)하게 달아오른다. 여기저기서 준비해 온 고기가 구워지고 술판이 벌어진다. 고기 굽는 연기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고 술자리의 떠들썩함은 캠핑장에 울려퍼진다. 또 한쪽에서는 ‘팡!팡!팡!’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심신을 달래기위해 캠핑장을 찾았던 많은 이들이 되레 피로를 더 쌓고 가는 현실이 됐다. 물론 모든 캠핑장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여백, 여유를 가지고 몸 건강과 마음의 평온을 찾기위해 사람들은 캠핑을 떠난다. 하지만 요즘 캠핑장을 가면 비싼 걸 갖다 놓고 텐트를 설치하고 철수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밥해 먹는 것에 시간을 다 뺏기고 책 한권, 한줌의 구름도 쳐다볼 시간적 여유를 찾을 수가 없다.
▶채우는 캠핑이 아니라 비우는 캠핑으로
외국 캠핑문화는 주변 관광을 목적으로 텐트는 베이스캠프 역할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부분 낮에는 자연을 벗삼아 주변을 관광하고 저녁에 돌아 식사를 가볍게 즐긴다. 우리나라의 캠핑은 캠핑장에 모든 게 이루어지고 먹는게 전부인 캠핑이 대다수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캠핑은 캠핑장 안에서 모든 활동이 이뤄진다.
먹고 마시기 위한 캠핑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캠핑장은 음식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EBS에서 지난해 캠핑 인식조사에 따르면 캠핑장에서 본인 및 일행이 버리는 쓰레기 양은 일반 쓰레기 경우 0.66kg, 음식물 쓰레기 0.57kg, 일회용품이 0.45kg에 달했다.
캠핑 명소로 유명했던 춘천 소남이섬은 매주 200여명이 찾고 있으며 매주 쓰레기가 5톤씩 나온다.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논밭에 들어가서 볼일(?)을 보는 등 환경오염과 소음으로 인해 몸살을 앓는다.
캠핑 마니아 정동영 씨는 “캠핑을 가면 꼭 그 지역 특산물을 시장이나 장터에서 꼭 구매를 하고 그 지역의 관광지를 둘러본다”며 “캠핑은 조용히 있다가 나를 되돌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큰 캠핑장에 가보면 도시 생활을 옮겨 놓은 것처럼 별반 다를게 없다.
최근 이러한 무분별한 캠핑 문화에 대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흔적 안남기기’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미국의 ‘흔적 안남기기 운동’의 원칙은 ▷미리 충분히 준비하고 계획할 것 ▷지정된 지역만 걷고 캠핑할 것 ▷배설물이나 쓰레기는 되가져 올 것 ▷자연물을 보호할 것 ▷캠프파이어는 최소화하고 화로를 사용할 것 ▷야생 동ㆍ식물을 보호하고 존중할 것 ▷다른 사람을 배려할 것 등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을 훼손 시키지 않은 ‘그린캠핑’을 추구하는 이들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급격한 캠핑인구 증가에 따른 일부 잘못된 캠핑행태를 개선하고 국립자연휴양림 야영장을 기반으로 한 건전하고 올바른 캠핑문화를 확산하고자 ‘친환경 캠핑문화 확산 캠페인’도 추진 중이다. (주)영원무역과 MOU를 체결하고 작년 3회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는 10개 휴양림에서 매월 1회씩 총 12회 행사가 운영된다.
친환경 캠핑문화 확산 캠페인은 ▷캠핑의 역사 ▷텐트 설치하기 ▷친환경 캠핑요리법 등의 교육활동과 ‘쓰레기 되가져 가기’ 캠페인활동 등으로 이어지고, 캠핑스쿨 일정은 올바른 캠핑문화 실천을 이끄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관계자는 “‘친환경캠핑스쿨’ 운영으로 올바른 캠핑문화가 자리 잡도록 첫걸음을 내딛었다”며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게 친환경캠핑교육 등 즐거운 캠핑장 만들기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