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시민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대란을 겪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지역(강서구)과 사무지역(여의도ㆍ강남)을 관통하는 노선상 특징도 있지만 늘어난 인구와 기약없는 증차계획, 느긋해진 출근시간 등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3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최근 5년새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이 관통하는 강서구의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9호선이 첫 개통된 지난 2009년 강서구 주민은 57만2836명이었지만, 그 사이 인구가 유입되면서 58만5160명으로 1만2000여명 증가했다. 또 마곡지구 입주가 완료되면 더 많은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9호선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아파트 등이 많이 들어섰고 이사오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5만6000여세대, 15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김포 한강신도시에 2011년 6월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서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크게 늘었다.
강서구 관계자는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9호선 개화역이나 김포공항역까지 와서 지하철로 갈아탄다”고 설명했다.
이를 예상치 못한 서울시의 ‘9호선 수요 타당성 조사’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서울시는 2005년 9호선 하루 이용객을 24만588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9호선 하루 이용객은 38만4423명으로, 당초 수요예측보다 59.7% 증가했다.
서울시의 빗나간 수요예측은 열차 증차계획과 직결된다. 현재 9호선 1편성은 전동차 4량으로, 다른 노선(8~10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렇다 보니 열차 수용인원도 1편성당 650명에 불과하다. 1~8호선의 경우 한번에 1280~1600명을 실어나를 수 있다.
서울시는 뒤늦게 증차계획을 2018년에서 2017년으로 1년 앞당겼다. 내년 9월부터 전동차 20량을 투입해 급행열차 1편성을 6량으로 늘리고, 2017년 말(50량 증차)까지 전동차 70량을 단계적으로 증차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급행열차로 승객들이 몰리는 ‘블랙홀 현상’을 막기 위해 급행열차를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9호선 개통으로 이전보다 느긋해진 출근시간도 ‘9호선 대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9호선 급행열차를 타면 김포공항에서 강남(신논현)까지 30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
기존 5호선을 타고 2호선으로 갈아탈 때보다 20분 이상 빨라졌다. 지난 28일 운행을 개시한 2단계 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까지 포함하면 김포공항에서 잠실운동장까지 38분만에 도착한다.
줄어든 통근시간만큼 ‘아침의 여유’가 생긴 셈이다. 즉 9호선이 생기기 전 버스로 출근할 때는 교통체증까지 우려해 일찍 집을 나서는 반면 정시운행하는 지하철은 막힘없이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 출근시간 혼잡을 가중시킨다.
서울시는 9호선 이용시간을 분산하기 위해 첫차 운행시간부터 오전 6시30분 사이에 승차하는 승객의 기본요금을 20~30% 할인해주는 ‘조조할인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