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불법체류자 추방정책 큰 영향 주요수출 품목 원단 · 실 등 수요 급감 브라질 헤알화 급락 고가제품 외면 불똥

섬유업계 ‘나비효과’ 발목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들이 지난해 우리 섬유산업의 수출 실적을 좌지우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불법체류자 추방 정책,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한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 급락 등 겉으로 보기에는 섬유산업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정치ㆍ국제분야의 이슈들이 우리 섬유제품 수출에 발목을 걸었다.

이른바 섬유산업의 ‘나비효과’다.

3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2013 섬유류 수출입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섬유류 수출은 159억5800만달러로 전년(155억 9500만달러)에비해 2.3% 증가했다. 그러나 수출액 상위 25개 중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인도, 태국, 멕시코 등 5개국에 대한 섬유류 수출은 크게 줄었다.

주요국중 수출이 가장 급감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우리나라는 2012년 사우디에 약 3억4800만달러(3750억원가량)어치의 섬유제품을 수출했지만, 지난해에는 21% 줄어든 2억7500만달러(2960억원가량)어치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대사우디 수출이 급락한 것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사우디 정부의 외국인 불법체류자 추방정책의 영향이 컸다. 저렴한 인건비가 핵심경쟁요소인 의류봉제산업의 특성상 사우디에서도 에티오피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가 해당 산업의 주축을 이뤘는데, 사우디 정부가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 25만여명을 내쫓으면서 현지 의류제조공장들이 생산 물량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단과 실 등 섬유소재를 중심으로 한 대사우디 섬유류 수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같은 중동국가인 아랍에미리트는 지난해 우리나라로부터 약 4억2800만달러(4600억원가량)어치의 섬유제품을 수입하며 우리 섬유산업의 수출 호조를 이끌었다. 우리나라의 원단이 다른 나라의 제품에 비해 품질이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아랍에미리트가 주변 중동국가에 한국산 원단을 공급하는 허브 역할을 한 결과다. 중동 국가들은 차도르, 히잡, 부르카 등 큰 천을 사용해 만든 전통의상을 많이 입기 때문에 주요 원단수출 거점으로 꼽힌다.

브라질은 현지의 경기 침체가 우리나라의 섬유 수출에까지 불똥을 튀게 한 경우다.

수년째 이어진 미국의 양적완화로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브라질 국민들의 의류 소비가 저가제품에 집중됐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우리나라의 고품질 섬유제품이 외면을 받게 된 것. 그 영향으로 지난해 대브라질 섬유류 수출실적은 1억7000만달러(1800억원가량)으로 전년대비 20.1%나 감소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