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정폭력 끝에 둔기로 아내 살해
법원 징역 14년형 선고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20여년 동안 아내에게 폭행을 일삼다가 끝내 살해한 70대 남성이 징역 14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징역 25년을 구형했으나 자녀들이 선처를 바라고 고령인 점이 받아들여졌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정형 부장판사)는 이날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임모(71)씨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우자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 범행 죄질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를 방치하고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범행을 인정하는 점, 피고인과 피해자의 자녀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는 점, 고령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9월 결심 공판에서 "2022년 12월 피해자가 임씨를 신고한 내용을 보면 임씨는 25년 전부터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쇠 지렛대로 때리는 등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술이 원수'라며 알코올을 탓하고 있다"라고 징역 25년형을 구형했다.
임씨 측 변호인은 "두 자녀는 물론 친정 식구들까지도 탄원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바라고 있다"며 "중형 선고로 가족 간의 이별이 이뤄진다면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길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임씨 측은 사건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씨는 지난 4월 29일 오후 9시께 성동구 응봉동의 집에서 아내와 말다툼하다가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씨는 아내가 자신의 가정폭력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오인하고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