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임팩트 투자부문 이끄는 김동관…네번째 대표직

2021년 사명 바꾸고 석유화학기업→투자회사 변신

수소·바이오 등 혁신사업 비중 55%…‘임팩트 투자’

한화오션·한화엔진 인수서 존재감…스타트업 출범도

한화에너지가 52.07% 보유…향후 승계시 핵심 역할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한화에서 네 번째 ‘대표 명함’…김동관, 방산·태양광 이어 수소로도 ‘임팩트’ 만들까 [그 회사 어때?]
지난 2021년 5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가 ‘더 푸르른 지구를 위한 저탄소 에너지 해법’을 주제로 에너지 세션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한화그룹 공식블로그]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한화임팩트 투자부문을 새로 이끌게 되면서 한화임팩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존의 수소·혁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신사업 발굴,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이 뒤따르며 그룹 내 미래사업 핵심축으로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화임팩트가 추후 3세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임팩트는 이른 시일 내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정확한 주총 날짜는 아직 협의 중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달 29일 김동관 부회장을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이사로, 문경원 한화임팩트 PTA사업부장을 한화임팩트 사업부문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했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은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주)한화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네 번째 대표이사 역할을 추가하게 됐다.

한화는 “김 부회장은 현재 어려운 시장 환경에 직면한 석유화학 사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신성장동력 및 신규 투자처 발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미래 혁신 기술 등 전략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시장 공략에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서 네 번째 ‘대표 명함’…김동관, 방산·태양광 이어 수소로도 ‘임팩트’ 만들까 [그 회사 어때?]
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 내 위치한 수소터빈 실증 현장 [한화임팩트 제공]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사업부문이 아닌 투자부문을 직접 이끌게 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방위산업(방산), 태양광 등 그룹의 미래성장동력 사업을 이끌어온 김 부회장인 만큼, 에너지 분야에서도 공격적 투자, M&A 등을 통해 한층 더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추후 한화임팩트의 그룹 내 영향력이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임팩트는 지난 1988년 설립된 삼성종합화학이 전신으로, 석유화학 사업이 본업이다. 지난 2015년 삼성과의 ‘빅딜’ 당시 한화에 인수돼 한화종합화학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이후 2021년 한화임팩트로 또 한 번 사명을 바꿨다. 석유화학 사업을 넘어 수소, 바이오 등 미래사업을 육성하는 투자회사로 변신을 꾀하기 시작한 것이 이 때부터다. 사명 ‘한화임팩트’ 역시 ‘임팩트 투자’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당시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는 “한화임팩트는 친환경에너지, 탄소 중립사회로 전환을 선도하고 기존 전통산업의 틀을 깨는 혁신활동과 새로운 기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가와 사회, 그리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어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주요 투자 분야로는 ▷수소, 가스터빈,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헬스케어 등 라이프 사이언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데이터테크를 3대 축으로 한다. 한화그룹의 에너지 분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수소를 포함한 혁신사업의 비중이 자산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웃돌며(55%) 명실상부한 에너지 분야 투자사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나머지는 화학사업인 자회사 한화토탈에너지스 30%,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사업 15% 등의 순이다.

한화에서 네 번째 ‘대표 명함’…김동관, 방산·태양광 이어 수소로도 ‘임팩트’ 만들까 [그 회사 어때?]
한화임팩트가 2021년 투자한 차세대 데이터 저장기술 회사 카탈로그 테크놀로지스 연구원들의 모습 [한화임팩트 제공]

일부 성과도 속속 내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지난 2022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이어 지난해 한화엔진(옛 HSD엔진)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그룹 내 굵직한 M&A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021년에는 차세대 데이터 저장기술업체 카탈로그테크놀로지에 투자하는가 하면, 시스템메모리 기업 ‘뉴블라’와 AI 솔루션 기업 ‘그로들’ 등 신사업 역량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2곳을 직접 출범시키기도 했다.

또, 2022년 미국 자회사인 한화H2에너지USA를 통해 수소 혼소 개조 기술을 보유한 미국 PSM, 네덜란드의 토마센에너지 등을 인수했다. 같은 해 고려아연에도 4700억원을 투자해 호주 내 수소·암모니아 생산·저장·운반·판매 등 신재생 발전 프로젝트 개발에 협력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임팩트가 그간 그룹 내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주요 역할을 하고 있었고 김 부회장이 새로 투자부문을 맡게 된 만큼 향후 수소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한화임팩트가 그룹 내 3세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현재 한화에너지가 52.07%, 한화솔루션이 47.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25%씩을 보유한 회사다. 지난 7월 공개매수를 통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지분율을 기존 9.7%에서 14.9%로 확대키도 했다.

한화임팩트가 신사업을 발굴하거나 유망 스타트업을 탄생시키는 등 경영성과를 낼 경우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도 상승하는 만큼, 향후 승계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간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가 한화에너지 대표를 겸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라는 분석이다. 김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희철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김 부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또다른 핵심 계열사인 한화오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화임팩트는 그간 오너 일가의 직접적 사업영역이 아니라 다소 사업적 측면에서는 관심이 높지 않았으나 승계 측면에서는 주요한 계열사로 꼽혀왔다”며 “이번에 김 부회장이 직접 투자에 나선 만큼 향후 보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