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고지희 기자]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6일 “현재 경제 상황에서 자산매입과 경기부양적 정책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며 양적 완화(QE)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연방정부의 자동예산삭감인 ‘시퀘스터(sequester)’에 대해서는 “현실화되면 경제회복세에 심각한 추가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아직은 고용시장은 취약한 상황”이라면서 “노동시장이 현재 수준보다 상당히 개선될 때까지는 자산매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정책이 위험보다는 혜택이 크다면서 "이런 통화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하게 유지하면서 (미국경제) 회복에 중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은 잠재적인 비용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연준은 필요한 시기에 통화정책을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연준 안팎에서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조기에 종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는 것을 일축하면서 당분간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다수 위원들은 자산 매입의 효율성, 비용, 위험성등을 지적하며 노동시장 상황이 현저하게 개선되기 이전에 이를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
으로 드러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의 양적 완화 조기 종료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버냉키 의장은 이밖에 최근 들어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주춤했다고 해서 회복세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면서 “최근 보고된 지표로 미뤄 올 들어 성장세가 다시 가시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미국경제의 리스크로 시퀘스터와 휘발유 가격 상승, 이탈리아 정국 혼돈을 꼽으면서 특히 시퀘스터가 현실화되면 올해 성장률이 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퀘스터로 인한 급격한 지출 삭감 대신 정부와 의회는 재정적자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미정치권은 올해 회계연도에만 850억 달러의 연방정부 예산이 삭감되는 시퀘스터 발동 시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협상 일정조차 잡지 않은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의 뉴포트뉴스의 군함 조선소를 방문해 혹독한 예산 삭감이 국방 태세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함께 세수입을 늘리지 않고 예산만 깎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해 여전히 '증세 먼저' 입장을 고수하고있다.
공화당의 협상 대표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에대해 “대통령은 온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다. 오늘은 뉴포트뉴스로 내려가 남녀 병사들을 세금 인상을 위한 선거 운동의 도구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3월 1일 시퀘스터가 닥치더라도 국방부 민간인 직원 등에게 30일 전에 무급 휴가를 통보해야 하는 만큼 4월 초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