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서정적 분위기의 서양의 고전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사각의 큐브에서 그림자같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떠돈다. 이 장엄한 영상작품은 중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마오샤오춘(49)의 3D 애니메이션이다.

‘네오 큐비즘-무중유생(無中有生)’이라는 타이틀의 작품에는 작가를 닮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배경은 뜻밖에도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의 ‘아테네 학당’이다. 에덴동산과 지옥으로 이뤄진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도 무대가 되고 있다.

마오샤오춘은 이미 클래식이 된 서양의 유명 걸작에 중국을 이입시켰다. 고색창연한 중국의 옛 모습과 초현대적 대도시가 서양의 전통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 흥미로운 작품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우리 앞에 드리운다. 그리곤 묻는다. 오늘의 중국,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마오샤오춘을 비롯해 쉬빙, 리후이, 왕웨이, 원링, 송이거 등 다양한 연령대의 중국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모은 ‘신중국미술’전이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중국의 국립 중국미술관과 공동으로 ‘@What: 신중국미술’전을 기획했다.

서양 고전에 중국을 접목한 애니메이션..오늘의 중국, 어디로 가고 있나

이번 전시에는 중국의 본격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인 ‘85미술운동’의 대표작가인 쉬빙(58)에서부터 중국 정부가 1가구 1자녀 정책을 편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이른바 ‘바링허우(八零後)’세대의 작가인 위앤위앤(29)까지 모두 8명이 참여했다.

쉬빙의 6폭짜리 병풍 ‘새로운 영문 서예필법-춘강화월야’(Spring, River, and Flowers on a Moonlit Night)는 영락 없는 한시를 쓴 서예 작품 같다. 그런데 정작 병품 앞에 서면 관객은 도무지 아는 글자가 없어 당혹스럽다. 쉬빙이 만들어낸 문자는 ‘소리와 의미’라는 기본 구조를 송두리째 해체했기 때문이다. 그가 목판에 새긴 2000개의 한자는 해체와 새로운 조합을 거쳐 소리와 의미가 없는 ‘순수한 형태’로 변모했다. 쉬빙은 시각예술의 본령은 ‘가시성(可视性)’이지 ‘가독성(可讀性)’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에는 지금까지 스타작가 위주로 소개됐던 기존의 중국현대미술전과는 달리, 보다 진지하고 개념적인 작업을 하는 주요 작가들의 신작이 다채롭게 출품돼 중국 현대미술의 오늘과 미래를 가늠케 한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무료 관람.

[사진제공=아르코미술관] 02-760-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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