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완벽한 1라운드, 골프여제의 막판스퍼트, 파이널퀸의 환상 마무리….
2013 미 LPGA 투어 시즌 개막전이 화려한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17일 호주 캔버라골프장에서 끝난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파이널퀸’ 신지애(미래에셋)가 천재소녀 리디아 고(16ㆍ뉴질랜드), 세계랭킹 1위인 골프여제 청야니(대만)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18언더파 274타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호주여자오픈은 개막전이라고 하지만 박인비 최나연 등 상위랭커들이 상당수 결장한데다 총상금규모도 120만달러로 작은 대회다. 하지만 대회 첫날 리디아 고가 10언더를 몰아치면서 화제를 모았고, 마지막날에는 청야니가 7언더를 몰아치며 쫓아와 신지애까지 3명이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쳐 흥미진진했다.
신지애와 청야니, 리디아 고의 불꽃튀는 샷대결은 이번 시즌 LPGA투어 흥행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아직 아마추어 신분이지만 프로대회 3승을 기록중인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해 향후 초청받는 대회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다툴 만한 거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제 그의 프로전향이 과연 언제가 될것인지에 골프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전현 세계랭킹 1위인 신지애와 청야니의 대결도 흥미로웠다.
신지애는 지난해 메이저 포함 2승을 거두긴 했지만 수술과 부상 등의 여파로 완전한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첫날 8언더를 치며 리디아 고를 사정권에 묶어뒀고, 남은 라운드에서도 피말리는 한타차 경쟁이 이어지는데도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14번홀 칩인버디는 하이라이트였다. 세컨샷이 그린 옆 깊은 러프에 빠졌다. 붙여서 파를 하면 만족할 만한 상황. 하지만 신지애가 높이 띄운 볼은 프린지에 떨어진 뒤 몇차례 튀기고 굴러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극도의 긴장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최상의 샷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4년전 가장 샷이 날카로웠을 때를 연상시켰다.
청야니의 부활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시즌 초반 3승을 몰아치며 독주할 듯하던 청야니는 후반기 들어 팔꿈치 부상등으로 부진에 허덕였다. 하지만 청야니는 이번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7언더를 몰아치며 선두를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타력과 배짱을 겸비한 청야니 본래의 강점이 그대로 나타났다.
신지애와 청야니의 부활은 지난해 박인비, 최나연, 스테이시 루이스가 주도하던 LPGA투어 판도를 뒤바꿀 전망이다. 여기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미야자토 아이(일본) 등이 가세한다면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가능성도 높다.
이들이 모두 출전하는 첫 무대는 이번 주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대회다. 상위랭커 70명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는 신지애 청야니 리디아 고를 비롯해 박인비 최나연 페테르센 루이스 미야자토 등이 모두 출전한다.
김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