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아파트 4억원대 급락 미분양 아파트 증가 뚜렷 부채율도 60% 웃돌아… 부동산 경기침체 직격탄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입주 3년차 아파트, 분양가를 밑도는 아파트 분양권. 입주민 절반이 집값의 60%를 웃도는 담보대출. 이는 경기도 용인의 현주소다.
‘버블 세븐’이란 이름표를 달고 부러움을 잔뜩 샀던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반토막난 집값은 여전히 하락 행진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이 때문에 ‘미다스의 도시’에서 ‘마이너스의 도시’란 소리까지 무성하다.
▶분양가 5억원 아파트 4억1000만원에도 매수자 없어=용인 신봉동 A아파트 109㎡의 현 시세는 4억1000만원 선이다. 2010년 분양가 5억원보다 9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A아파트의 다른 면적도 대부분 분양가대비 ‘마이너스’ 시세다. 이 아파트의 156㎡ 시세도 분양가와 비교하면 23%가량 떨어졌다.
입주 3년된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은 여전히 세일중이다. 2011년 B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사는 중대형 미분양 215가구를 최고 2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했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다. 이 건설사 한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할인율을 조정해 미분양 세일을 진행중”이라고 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중소형 아파트 미분양은 완전 소진됐지만 중대형은 여전히 매수자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를 세일했지만 청약자가 없자 최근 홍보관을 철수한 것으로 안다”며 동네 집값이 더 떨어질까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용인 집값 하락은 부동산 전문가들 조차 일찌감치 지적했다. 지난해 교수와 부동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모니터링그룹(RMG)도 ‘2012년 3ㆍ4분기 부동산시장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용인의 중대형평형 비중이 70%를 넘어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주의깊은 관찰이 요구되는 지역”이라고 경고했었다.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분양권 나돌아=입주가 임박한 단지들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수요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다. 서천동 C아파트 1단지의 경우 좋은 교통환경과 입지에도 불구하고 미분양(126가구) 물량이 32가구 소비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미분양 아파트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현지시장에서 분양가 밑으로 가격이 형성된 마이너스 분양권이 돌고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2억8900만원이지만 실제 거래되는 분양권은 이보다 400만원이 낮다.
서천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입주가 임박한 분양권은 가격이 소폭 올랐지만 6∼7개월 전엔 1000만원정도 싼 분양권도 나돌았다”고 귀띔했다. 실제 이아파트 주변엔 중개업소마다 ‘매물 최다 보유’, ‘분양권 매매전문’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마이너스 분양권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중대형 아파트는 추락중…거래가 대비 부채율 60% 웃돌아=최근 2∼3년간 용인에서 분양된 대단지 아파트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기존 중대형 단지의 가치도 덩달아 급감하고 있다. 신봉동과 성복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이곳 중대형 단지의 3.3㎡당 시세가 800만원대로 떨어졌다”며 “이는 입주 당시 가격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출을 잔뜩 받아 입주한 가구를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헤럴드경제가 20일 성복동 C단지 161㎡ 와 신봉동 D단지 143㎡ 한 동씩을 선택해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전수 검사한 결과 주택 거래가 대비 담보대출 비중은 평균 60%를 상회했다. 심지어 부채 비율이 집값의 90%이상인 집도 발견됐다.
신봉동 중대형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각종 부동산 규제로 거래심리가 죽은 것도, 용인이 ‘하우스푸어의 도시’로 낙인 찍힌 것도 모두 정부 탓”이라며 “각종 부동산 규제가 몽땅 사라져도 용인지역 주택경기가 회복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