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28일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 29개 민간출자사는 1대 주주인 코레일이 보낸 용산개발 사업 정상화를 위한 ‘특별합의서’를 확인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출자사들이 불만을 제기한 대목은 ‘제21조 해제권 또는 해지권’ 항목의 1항. ‘공사(코레일)가 합의서 체결 이후 객관적이고 타당한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거나, 공사 이외 나머지 당사자가 합의서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으로 본 사업의 정상적 진행에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공사는 본 합의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문구다.

지난 22일 드림허브 긴급 주주총회의 안건이나, 지금까지 합의 과정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조항이다. 해당 문구를 가감없이 해석한다면 코레일은 용산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독단적으로 사업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민간출자사 한 관계자는 “6월말 추진 예정인 서부이촌동 주민동의 여부나 민간출자사의 사업에 대한 진정성 등과 관계없이 자긴(코레일)가 ‘마음에 안든다’고 사업 중단을 선언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독소조항”이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용산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드림허브 이사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를 없앤 부분도 논란이 크다. 시설매각, 유상증자 등 출자사들의 수익과 직결과는 사안은 상법상 ‘특별결의’가 필요하지만 이를 모두 절반만 동의하면 처리될 수 있도록 ‘보통결의’로 바꿨다는 것이다.

한 민간출자사 고위관계자는 “계획대로라면 코레일이 드림허브 이사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므로 모든 사업 방향을 혼자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출자사들이 이를 허용한다면 자사의 이익에 반하는 ‘배임’에 해당되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0억원 상당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용산개발 사업을 코레일이 좌지우지하는 데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드림허브엔 국민연금 1250억원, SH공사 490억원, 우리은행 200억원 등 공적자금 1940억원이 들어갔다.

코레일의 특별합의서를 확인한 민간출자사들은 28일부터 실무자 긴급 협의를 개최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섰다. 민간출자사 한 관계자는 “코레일이 최종 통보한 특별합의서에는 민간기업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독소조항이 너무 많아 각 업체별로 배임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간 상태”라며 “내달 초 예정된 주총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기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지난 25일 이 회사 이사회에서 확정한 ‘특별합의서안’을 4월5일 예정된 드림허브 주총까지 민간 출자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레일은 주총에서 특별합의서가 통과되지 못하면 드림허브에 4월30일로 정해진 협약이행보증금 2400억원을 요구할 계획이다. 협약이행보증금은 용산 철도기치창 땅주인인 코레일이 2007년 드림허브(당시 삼성물산 컨소시엄)와 계약을 할 때 2013년4월30일까지 공사 공정률 30%를 이행하기로 한 약속을 뜻한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코레일이 드림허브에 2400억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

하지만 드림허브측은 코레일이 땅주인이면서 1대 주주로서 사업 계획을 3차례나 변경해 준공시점을 늦추는 데 동의한 만큼 최초 계약 기준을 적용해 협약이행 보증금을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코레일이 요구한 협약이행보증금을 내지 않는다고 파산이 나는 것은 아니다”며 “귀책 사유를 놓고 소송전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드림허브는 오는 6월12일까지 1조1000여억원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최종 부도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