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남다른 감수성으로 무장한 프랑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외국의 새로운 현대미술을 소개해온 서울 청담동의 송은아트스페이스가 지난해 스위스 미술에 이어 올해에는 프랑스 현대미술에 눈을 돌렸다. ‘프랑스 유령의 집: 프랑스 젊은 작가전’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개막된 전시에는 내로라하는 근현대 미술 거장을 배출한 나라, 프랑스의 유망 작가들이 초대됐다.
큐레이터 가엘 샤르보는 네일 벨루파, 줄리 베나, 조나탕 비네, 에마뉘엘 라갸리그 등 12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는 전시장을 마치 유령의 집처럼 꾸몄다. 이에 관람객은 몽환적 분위기의 전시장을 오가며 한 편의 실험영화를 감상하듯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총 출품작은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등 40여점. 모두 프랑스 젊은 작가들의 남다른 창의성과 실험정신이 엿보이는 작품들이다.
동물 박제를 소재로 작업하는 줄리앙 살로는 암노루와 꿩을 혼합해 낯선 하이브리드 조각을 만들었다. 박제된 사냥기념품처럼 벽에 내걸린 그의 조각은 현실 세계와 샤머니즘이 혼재된 듯 무척 기이하지만 한편으론 매혹적이다.
조나탕 비네는 신체와 캔버스, 그리고 이들을 내포하는 공간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다. 비네는 주로 에어로졸 스프레이로 작업한다. 때로는 작업실, 혹은 전시설치 중 눈에 띄는 것들을 활용해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공간에 대해 묘사한 텍스트와 서류만으로 이뤄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욤 콩스탕탱은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 이미지나 인터넷 등에서 채집한 괴기스런 유령 이미지를 모아 ‘일상의 유령들’이란 작품을 내놓았다. 그의 유령의 이미지들은 배경화면, 벽지 혹은 스크린 세이버같은 비개성적인 이미지가 우리의 공간을 무의미하게 채우고 있듯 텔레비전 스크린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슬라이드 쇼처럼 화면에 투사되고 있다.
도예와 데생에 시적 영감을 불어넣거나 에로티시즘과 유머를 채운 작업을 펼쳐온 엘자 사알은 사람 형상의 산호초와 바닷속 식물군 사이의 중간쯤 되는 형상을 입체로 만들었다.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그 모호한 형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을 하게 한다. 전시는 6월 8일까지. 무료관람. (02)344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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