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음란물‘ 고무줄 기준’
성인 여성이 교복을 입고 출연한 음란동영상을 배포한 사람들에 대해 법원이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위반을 적용, 징역을 선고하면서 아청법과 관련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오는 6월부터는 성인 여성이 교복을 입고 출연한 음란물을 아청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국회의 설명이다.
수원지법 형사3단독(판사 신진우)은 지난 6일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을 인터넷에 유포시킨 혐의(아청법 위반)로 기소된 A(41) 씨와 B(35) 씨에게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신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올린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제 성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으로 연출하고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담고 있어 아동ㆍ청소년 음란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아청법에서는 아동ㆍ청소년 또는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할 경우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규정하고 이 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많은 사람이 “성인 여성이 교복을 입고 나오는 경우도 아청법 위반이냐”고 반발했고, 국회는 지난해 11월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은 ‘아동ㆍ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법규를 개정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청법 개정안을 대안 발의한 당시 김희정 국회 여성가족위 아동여성대상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은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고 등장할 경우에는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도 법원이 성인 여성이 교복을 입은 음란물을 아청법으로 처벌한 이유가 무얼까. 이는 아청법 개정안이 오는 6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법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시행일자를 법령 공포 후 6개월 뒤인 2013년 6월 19일로 정했다”며 “아청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6월 19일부터는 성인 여성이 교복을 입고 나와도 아청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법무부의 해석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된 법령이 모호하고 단순 소지자도 처벌하도록 돼 있는 등 너무 규제 범위가 넓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황병일 변호사는 수원지방법원에 아청법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을 접수해둔 상태다.
황 변호사는 “법령이 너무 모호하고 단순 소지자도 처벌하도록 돼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법원이 위헌심판을 제청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 여부를 끝까지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