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이스라엘 창조경제에서 많은 것을 배우자는 인식이 최근 높아지면서 화두가 된 용어가 있다. 바로 ‘후츠파(Chutzpah)’다.
후츠파 정신이 바로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근간이라는 것이다. 당돌하고, 형식을 거부하고, 자신의 견해를 무례할 정도로 고집하는 후츠파 정신이 이스라엘의 건국과 번성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창업정신의 바탕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그것을 배우자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스라엘인들은 정작 후츠파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뻔뻔스러움, 철면피’를 뜻한다.
애당초 후츠파는 욕이었다. 상대방에게 “후츠파”라고 얘기하면 욕이 된다. ‘싸가지 없는 놈’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멱살을 잡을 정도로 더 심한 욕이 될수도 있다.
이스라엘에서 사업을 하는 신광식 씨는 “이스라엘인을 처음 만나면 무례하고 버릇이 없고 자기중심적이라고 느끼게 되는데, 아마 2000년간 피해의식 속에 떠돌아다니면서 체득한 생존본능인 것 같다”며 “후츠파라는 욕이 그렇게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세월이 흘러 이같은 후츠파 정신이 창업 정신을 북돋우는, 많은 나라들이 받아들일 DNA로 부상한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후츠파의 놀랄만한 변신을 단박에 정의한 것은 댄 세노르와 사울 싱어가 지은 창업국가(START-UP NATION)이라는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후츠파가 왜 이스라엘의 대표 기업가 정신이 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강한 자기 주장 또는 건방진 태도, 비판적이면서 독자적인 사고력 또는 반항적 행위, 야심과 비전 또는 거만함, 각자의 견해에 따라 달리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전형적인 이스라엘 정신을 만드는 것이다.”
오랜 세월 욕으로 치부됐던 후츠파가 세계디지털문명기 최강의 융성을 맞는 이스라엘의 성장 동력이 됐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