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헤드라인 뉴스 파악하라 NYT 베스트셀러 제목 익혀라 초대장에 부부동반 표현 금기 해외에선 떼지어 다니지 말라
“뉴욕타임스 북리뷰 코너의 베스트셀러 10권의 제목과 내용 정도 언제나 체크해 두라.”
삼성맨들은 요즘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 배우기에 한창이다. 삼성 그룹이 지난달 25일부터 사내방송과 사내미디어 ‘미디어 삼성’ 등을 통해 방송ㆍ공개하고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 기획방송 시리즈를 통해서다.
총 10편으로 이뤄진 시리즈는 테이블 매너, 인사법 등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 수준을 넘어 외국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강화하는 방법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현재까지 ‘글로벌 매너의 시작 테이블매너’ ‘알쏭달쏭 와인매너’ ‘커뮤니케이션의 시작 스몰토크(small talk)’ ‘호감도를 높이는 영어 표현법’ ‘호칭과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악수와 명함 매너’ 등 총 6편이 방송됐다. 앞으로 ‘e-메일과 전화 매너’ ‘스포츠와 공연 등을 통한 비즈니스’ ‘종합편’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방송은 재연 형식으로 진행된다. 삼성의 한국인, 외국인 직원들이 출연해 실제 상황에서 범하는 실수를 연기로 보여주면 선생님이 등장해 이를 지적하고 구체적인 팁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내용은 훨씬 실질적으로 변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식의 ‘실수 줄이기’보다는 ‘이렇게 해서 관계를 주도하라’는 쪽의 내용이 많아졌다.
예컨데, 외국인들과의 대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CNN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매일 글로벌 새 소식을 접하라 ▷뉴욕타임스 북리뷰 코너의 베스트셀러 10권의 제목과 내용 정도는 알아 둬라 ▷음악ㆍ미술ㆍ건축ㆍ대중문화ㆍ스포츠 등 관련지역의 문화 상식 하나씩은 반드시 익혀라 ▷서양인들은 특히 건축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특이한 건축물 정보에 항상 관심을 가져라 등과 같은 식이다.
디테일도 더해졌다. 상대방을 파티나 행사에 초대할 때 ‘부부동반’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 표현 자체가 ‘남성중심적’인데다 서구에는 결혼하지 않고 사는 커플도 많기 때문이다. 커플을 초청할 일이 있으면 대신 ‘partner’나 ‘companion’을 사용하라는 조언이다.
전 세계로 넓어진 삼성의 활동 반경을 보여주는 내용도 많다.
아랍계 사람의 명함에 ‘Abdullah bin Abdulaziz bin Abdullah Al A’iftan’이 써있다면, 그의 이름은 ‘Al A’ifan’이 아니라 ‘Abdullah’다. 아랍인들의 이름에 붙는 ‘bin’이 ‘누구의 아들’이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떼지어 다니지 말라’는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프로답지 못하게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삼성의 현실도 반영됐다. 한국인 관리자들이 외국인 부하직원과 인사를 하면 반드시 “나를 철수라고 부르라”는 식으로 호칭 정리를 해 줘야 한다는 부분이다.
방송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40대 삼성맨은 “해외출장을 자주 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비즈니스 매너 전문가라 생각했는데, 깨닫지 못한 사소한 실수도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줘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홍승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