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 특허침해 여부를 놓고 소송전까지 번졌던 삼성과 LG간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경찰이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기술을 빼낸 혐의로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양사간 처지가 미묘하게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9일 오전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산,천안, 기흥 본사와 사업장 등 총 4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를 통해 OLED패널과 관련된 기술을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압수 수색에서는 경찰은 OLED 사업부의 컴퓨터에 저장된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은 소형 OLED 패널 분야에서 독보적 세계1위인 사황에서 굳이 경쟁사 기술을 탐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거래하고 있지도 않은 경쟁사측 협력업체를 통해 관련 기술이 유출된 정황이 파악되어 확인차원에서 (삼성에) 온 것으로 안다”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 결백이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측도 있다. 경찰 수사가 대형패널 관련 기술에 맞춰져있다는 관측이다. OLED의 기술은 크게 두가지다. 적색(R) 녹색(G) 청색(B)으로 발광하는 유기물을 유리기판에 수평으로 증착하는 ‘RGB’ 방식과, 적녹청색 유기물을 수직으로 쌓고서 컬러필터로 색상을 구현하는 ‘WRGB 방식이다.

삼성은 ‘RGB’ 방식을 고수하면서 스마트폰 등 소형 OLED분야는 세계 시장을 거의 장악했다. 하지만 대형분야에서는 증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품 양산에 쉽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LG가 지난 1월 WRGB방식을 적용해 세계최초로 55인치 대형 OLED TV 출시에 성공하면서 치고 나가는 양상이다.

경찰이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을 2010년께 LG디스플레이 협력사를 통해 빼냈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도 포인트다.

양사간 기술 공방은 지난해 7월 검찰이 삼성의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과 삼성 전ㆍ현직 연구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불이붙었다.

경찰의 관점이 사실이라면 LG의 인력빼가기가 발생하기 전에 삼성이 협력업체를 통해 기술을 빼간게 된다. 지금까지 벌여온 법정공방의 선후관계가 모두 뒤바뀌게 되는 셈이다.

한편 경찰수사로 양사간 특허 협상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양사는 정부가 중재에 나선 1월말 이후 협상을 통해 특허침해 여부와 관련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따진 뒤 필요한 정산절차를 밟아 분쟁을 매듭짓기로 하고, 실무협상팀을 꾸려 지난주까지 두 차례 협상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