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에서 9일(현지시간) 개막한 ‘2013 밀라노 국제 가구 박람회(iSaloni)’. 예년과 비교할 때 ‘한산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바이어와 관람객의 숫자는 확 줄었다. 매년 하루 10만명 가량이 운집해 최신 가구 트렌드를 경쟁적으로 살피던 건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전시회 주최측은 엿새간 진행되는 이번 박람회 관람객은 30만명 정도로 반토막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흥행은 제쳐두고서라도 밀라노 박람회가 갖고 있던 가치마저 빛바래고 있다는 증언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한국도 이탈리아 가구 디자인 경향에서 벗어났다”=한국 참관단에 속한 한 관계자는 “밀라노 박람회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나 독일, 북유럽과 달리 변화의 속도가 빨라 트렌드의 첨단을 반영한다는 점이었다”며 “이탈리아가 잘 나갈 때와 비교하면 지난해나 올해는 가구 박람회에서 느껴지는 변화의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느려졌다”고 진단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탈리아 가구의 몰락’이 코 앞에 와 있는 분위기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이 겪고 있는 최악의 경제 위기와 무관치 않다.

전시장에서 만난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새로운 디자인 흐름은 없고 기존 것을 수정한 듯한 느낌이 지배적”이라며 “한국의 가구 디자인 경향은 10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와 1~2년 시차를 두고 비슷했는데, 요샌 중국에서들어오는 제품이 많다보니 오히려 동남아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르포)불황 몸살 이탈리아, 디자인열기도 시들 -copy(o)1

▶불황 탓에 사라진 혁신의 기운=박람회 주최측인 코스밋(Cosmit)이 내건 주제인 ‘혁신(Innovazione)’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행사를 관통하는 흐름은 ‘불황’과 ‘변형’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클라우디오 루티 코스밋 사장은 “전시회 성공의 열쇠는 탁월한 혁신의 중심지임을 확신케 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전시회가 혁신의 대명사임과 동시에 향후 분야별 상품의 실제 미리보기를 제공함으로써 리더십의 위치를 유지하게 될 것”고 했지만, 혁신의 ‘실체’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실제 이탈리아의 고급 가구 업체인 체코틱(CECCOTTIC)은 ‘창립 25주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이목을 끌만한 제품이 아닌 전성기 시절 대표작만 전시하는 데 그쳤다. 품질은 정상급이었지만, 밀라노 박람회 특유의 참신함과 혁신의 기운은 부족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한때 인기를 끌었던 펜디, 베르사체, 아르마니 등 현지 유명 디자이너들의 라이선스 가구도 불황과 맞물리며 기세가 크게 꺾인 듯한 인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시회의 주된 흐름은 읽혀졌다. 우선 ▷소재면에서 천(패브릭), 천연 스웨이드(무두질을 하지 않은 가죽), 원목 무늬목이 증가하고 있고 ▷색상면에서는 연한 파스텔톤 녹색, 회색 채택이 보다 늘어났다.

현지 가구업체 폴리포름의 다비데 만자갈리씨는 “스마트열풍을 반영해 침대와 소파를 결합한다든지, 침대ㆍ식탁ㆍ선반을 일체화한 기능적인 가구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밀라노(이탈리아)=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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