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産 제품에 포스코 라벨 수입제품 국산 둔갑 빈발 현대제철·포스코강판 등 식별마크 강화 자구책 마련
원산지를 속인 이른바 ‘짝퉁 국산 철강재’가 여전히 기승이다. 일부 유통업체들이 차익을 노리고 값 싼 수입산 철강재를 국내 업체 제품으로 둔갑시켜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올 해부터 수입산 스테인리스강판등 총 7개 품목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 하고 위반시 최대 3억원의 과징금 및 형사처벌 조치 하도록 했지만 ‘짝퉁 철강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 소재 D스테인리스 유통업체에서 중국산 스테인리스 강판을 포스코 제품으로 속여 판매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업체는 포스코 제품을 입증하는 라벨을 중국산 제품에 붙여 판매하는 수법으로 수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와 한국철강협회(철강협회)는 현재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짝퉁 철강재’는 국내 철강업계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실제로 관세청이 지난 해 4월부터 11월까지 전국적으로 단속을 벌인 결과 수입산 H형강을 유통하는 13개 업체가 원산지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금액 규모로는 무려 104억원 상당이다. H형강은 건축물, 선박 등 대형 구조물의 골조로 쓰이는 ‘H’형 형강(形鋼)을 말한다.
철강협회가 운영 중인 부적합철강재신고센터는 ▷원산지 표시 미비 및 훼손 제품(대외무역법 위반) ▷품질기준 미달 제품(건설기술관리법 위반) ▷품질검사성적서 위ㆍ변조 제품 등 총 세가지 종류의 위반 사례를 접수해 이중 상습적이거나 악질적인 업체에 대해선 최대 형사고발까지 진행하는 등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단속 권한이 관세청에 있는 관계로 정확한 통계를 밝히긴 어렵지만 세가지 부적합철강재 사례 중 원산지 표시 위반은 상반기에도 여러건 접수가 됐다”며 “관세청이 조만간 올 해 종합 단속 결과를 발표하면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체들도 짝퉁 철강재 퇴출을 위해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단 자사 제품을 도용한 사례가 적발되면 부적합철강재신고센터에 신고를 하고 상습성이 인정될 경우 형사고발하는 등 엄격 대응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철강협회가 주도하는 ‘정품 철강재 사용’ 캠페인에 동참하며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힘들어도 정품을 사용해달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다양한 정품 확인 방안 마련에도 애쓰는 모습이다. 현대제철은 H형강의 제조사 식별 마크를 강화하고 있다. 생산하는 모든 H형강 제품의 양 측면에 2m 간격으로 ‘HS’ 표시를 양각처리해 원산지 표시 훼손 가능성을 없앴으며 규격에 따라 크기를 달리해 마크가 쉽게 눈에 띄게 한다는 방침이다. 스티커나 불멸잉크 등으로 표시하던 기존 방법은 쉐손 및 위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포스코강판은 지난 6월부터 자사 컬러강판 전 제품에 이면도장(Back Stensil)을 찍어 수요자들이 쉽게 정품 여부를 확안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까지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중국산 컬러강판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EPS패널에 사용되는 컬러강판에만 이면도장을 찍어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입산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지만 수입산을 국산 제품으로 위조해 사용하는 것은 엄격하게 대응해야할 일”이라며 “부적합 철강재 사용은 국내 철강 시장에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안전성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품 사용’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