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거위를 든 소녀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꽃무늬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붉은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무표정하다. 멀리 산자락엔 잔설이 남아 있지만 대지는 초록이 넘실댄다. 도대체 이 소녀는 누굴까?
그림 속 소녀는 자화상을 통해 자아를 탐구해 온 화가 이소연(42) 자신이다. 이소연은 길게 찢어진 눈과 갸름한 턱선의 무표정한 소녀를 중앙에 아이콘처럼 배치한다. 그리곤 배경과 차림새, 소품을 끝없이 변주한다. 서로 무관한 장소와 사물을 작가는 특유의 상상력과 연극적 연출로 만나게 함으로써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ㆍ공간을 향한 그리움을 보여준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활동하는 이소연의 작품은 과천 스페이스K에서 오는 20일까지 만날 수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