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납품업체 원양어선 선장이던 김재철 동원 회장, 50년만의 금의환향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50년 전, 원양어선 선장으로서 미국의 한 참치캔 업체에 참치를 대던 20대 후반의 한국남성이 18일(한국시간) 미국령 사모아공화국에 금의환향했다.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얘기다. 요즘말로 대기업과 거래 관계에 있던 납품업체 사장이 갑(甲)인 참치캔 업체를 인수합병해 주인으로서 당당히 나선 것이다.

동원그룹은 이날 사모아공화국에 있는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 공장에서 김재철 회장, 사모아 정부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장 설립 5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스타키스트는 미국 시장 참치캔 브랜드 1위 업체로, 미국 시장 점유율 40%에 육박한다. 이 회사를 지난 2008년 김재철 회장의 동원그룹이 인수했다. 동원그룹의 스타키스트 인수는 단순한 M&A 차원이 아니다. 사연이 있는 ‘딜’이었다.

인연은 김 회장이 참치잡이 원양어선 선장이던 196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8년 스물셋의 나이에 원양어선 항해사로 출발, 3년 만에 선장이 된 김재철 회장은 1965년까지 8년간 바다에서 참치를 잡았다. 김 회장이 스타키스트와 처음 연을 맺은 건 원양어선 선장으로 일하던 1960년대 초반이다.

당시 스타키스트는 사모아 섬에 참치캔 공장을 준공하고, 미국내 참치캔 시장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 공장의 첫 참치캔 제조를 위해 참치원어를 납품했던 인물이 바로 김재철 회장이다.

참치 납품업체 원양어선 선장이던 김재철 동원 회장, 50년만의 금의환향

김재철 회장이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한 이후에도 스타키스트와 인연은 계속된다. 동원산업은 회사 설립 초기부터 세계 최대 참치 통조림 제조회사인 스타키스트와 거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후 동원그룹을 꾸준히 성장시켜 온 김재철 회장은 원양어선 선장으로서 손수 잡은 참치를 납품했던 업체였던 스타키스트를 2008년 3억6300만달러(한화 약 3800억원)에 인수했다. 반년 만에 스타키스트를 흑자로 전환시키며 한국의 동원그룹이 세계적인 ‘참치 명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동원 측은 강조했다.

첫 인연을 맺고 50여 년이 흐른 지금, 20대 후반의 젊은 선장이 납품하던 스타키스트는 현재 김재철 회장이 경영하는 동원그룹의 품으로 들어와 한 배를 타고 있다.

김재철 회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원양어선 선장 시절에 스타키스트 사모아 공장의 첫 참치캔 제조를 위한 참치원어를 납품 했던 일을 시작으로 50년 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후원을 통해 앞으로 스타키스트 사모아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참치 가공 공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