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이러다 밥먹는 법까지…” 반발

중국 정부가 자녀에게 부양의 의무를 지우는 일명 ‘효도법’을 지난달 전격 시행한데 이어 이번엔 ‘독서’를 입법화 하려 하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갑자기 독서를 입법 사안으로 삼은 것은 소프트파워를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문화대혁명(1966~76년)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3일 영국 BBC방송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인용, 중국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작성한 ‘전국민 독서 촉진 조례’ 초안이 올해 국가 입법 사안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국무원은 상정된 안건을 연내 심의해 통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국민 독서 촉진 조례는 이미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격)에서 한차례 거론됐지만, 여론이 좋지 않자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독서 실태 조사 결과가 나온 후 다시 입법 사안으로 떠올랐다고 BBC는 전했다.

중국신문출판연구원이 18~70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중국인들은 연간 6.7권(전자책 포함)의 책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인들은 15권을 읽었다. 신화통신은 독서 입법화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인들의 독서 수준이 세계문화강국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특히 청소년들의 독서 실태는 비관적이다”는 정부 기관 관계자의 말을 함께 실었다.

이에 대해 한 출판업자는 “정부 검열 때문에 대중이 원하는 책이 세상 빛을 보지 못해 독서 열기가 낮아진 것”이라면서 “강제 독서는 일종의 세뇌로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의 글을 억지로 읽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누리꾼들도 “독서까지 강제하려 한다”면서 정부의 ‘묻지마’ 입법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시나닷컴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비극이다. 국가가 입법으로 국민의 독서를 강제하는 것은 코미디”, “공무원들 머리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효도법에 독서법까지. 이러다 밥 먹고 볼일 보는 것까지 입법화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희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