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검사 , 꼼꼼하고 성실한 검사만이 정답이죠"

10만명당 60명 발병, 매년 6.1%의 증가율, 암발병율 1위인 위암에 이어 한국인이 가장 잘 걸리는 암인 ‘대장암’은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암이다. 대장암은 서구적인 식습관, 지나친 음주와 흡연, 유전적인 소인에 의해 발병한다고 알려져있지만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아직 발병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암중 하나이다.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미리 ‘대장암의 씨앗’이라 불리는 ‘선종’이 생겼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선종'이라는 것이 큼지막하면 찾기가 수월하지만 ’아주 작거나, 납작하거나, 깊숙한 곳이나 점막뒤에 숨어있거나 하면 찾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미국에서는 대장내시경을 통해 선종을 발견하는 비율이 25% 즉, 100명을 검사해서 25명 이상에서 선종을 발견하면 우수내시경 의사라고 인정힐 정도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47)는 내시경을 이용한 대장검사분야에서 국내 ‘최고수’ 중의 한 명으로 그의 선종 발견율은 50%가 넘는다. 50%를 넘는다는 것은 깊이 숨어있는 선종부터 아주 초기의 선종에 이르기까지 찾기 어려운 선종 대부분을 찾아낸다는 의미이다.

건강/A/사이드/<젊은 명의들⑦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

박 교수의 이런 탁월한 선종발견율은 ‘타고난 꼼꼼함’과 ‘환자를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관심’에서 나온다. 박 교수는 대장내시경검사를 할 때 환자 한 명당 ‘15분 검사’라는 나름의 원칙을 성실하게 지킨다.대장내시경검사의 경우 길어야 5분정도가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3배의 시간이다. “환자들이 많이 밀려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줄이지 않아요. 실수는 바로 암으로 이어질수 있으니까요”

박 교수는 “ 첫 대장내시경검사에서 선종을 발견못해 나중에 발견된 ‘중간암’의 경우가 7%에 달해요. 하지만 15분동안 세밀히 하면 4~5분하는 것과 비교해 선종발견율이 약 10%이상 차이가 납니다”라며 “납작하고 옆으로 처진 선종이나 대장주름 뒤쪽의 경우 4~5분동안의 시간에는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세밀하게 해야합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DNA를 이용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기도했다. 박 교수가 새로 개발한 방법은 대변에서 채취한 DNA를 이용해 대장암발병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5가지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법으로 향후 상용화되면 많은 국민들이 대장암 조기진단의 혜택을 볼 수있게 될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박 교수는 난치성면역질환인 크론병(염증성장질환)에도 관심이 많다. 박 교수는 “크론병은 20대 초반의 젊은사람에게 많이 생기고 초중학생에게도 생기는데 키도 잘 안자고 아직까지 완치방법이 없어 평생 약을 먹고 관리해야하는 질환이다. 같은 부모입장에서 너무 안타까운 병으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위해 박 교수는 국내 최초의 ‘크론병 코호트연구(특정 질병연구를 위해 선정된 특정 인구집단)’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한국형 크론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에 매진할 생각이다.

건강/A/사이드/<젊은 명의들⑦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를 물었다. “13살따리 남자아이가 직장암에 걸렸다면 믿으시겠어요? 아이가 집에서 잦은 복통, 식욕부진과 함께 발육부진을 겪어서 왔는데 의사인 저도 사실 13살 꼬마아이에게 바로 암이란 생각을 못했었죠. 하지만 검사결과 아이는 벌써 대장암 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된 상태인 3기였어요. 이 아이로 인해 의사로써 느낀 것이 많습니다. 심증으로 환자의 질환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으로 판단을 해야한다는 것이었죠. 이후로는 환자를 볼 때 조금이라도 증상을 자세히 보려하고, 환자에게 한 마디라도 더 물어보려 합니다. 제가 놓치고 있는 점은 없을까 고민하면서요.”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자 “일하는게 취미”라고 멋쩍게 웃는 박 교수에게 자기자랑은 도저히 안나올것같아 병원관계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봣다. 대장내시경을 할 때 유난히 눈이 커지고 초롱초롱해져 별명이 ‘왕방울’이란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낙상으로 다리골절이 있어 입원해야할 상황이었지만 한달 가까이 목발을 집고 검사실을 이동하면서 일하는 모습은 아직도 내시경실에서 회자되고있다고한다.

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