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임성혁 대표가 이끄는 청아랑영농조합의 버섯 ‘맛타리’ 수출액은 작년 30만 달러에서 올해는 50만 달러로 늘었다. 최근 몇년 동안 버섯 시장이 정체되어 있다지만 이들에겐 남의 일이었다. 미국 서부와 동부에서 각각 가장 큰 한인마켓 도ㆍ소매상으로 판로를 확대했고, 올 가을부터는 수퍼킹이라는 페르시안 마켓에서도 ‘맛타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한인시장으로 기본 물량을 확보하고, 히스패닉이나 중동시장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 앞으로는 백인 시장이 공략 포인트다. 임 대표는 “버섯은 연중 수출이 가능한 상당한 전략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상 기후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시장 개방까지 농업환경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맛타리’ 버섯과 같은 특용작물이 한국 농업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용작물의 생산규모는 아직 많지 않지만 고부가가치로 농촌의 활력을 되살릴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농가들의 주요 생산물을 살펴보면 절반에 가까운 44.4%가 쌀농사를 짓고 있고, 33.5%는 채소나 과일을 생산했다. 반면 특용작물이 포함된 기타는 5.3%에 불과했다.
특용작물이란 참깨ㆍ땅콩ㆍ유채 등의 유지작물과 녹차 등 기호작물, 약용작물, 버섯류 등을 말한다.
▶인삼ㆍ버섯, 세계시장이 무대= 인삼과 버섯의 주무대는 세계 시장이다. 인삼은 지난해 수출액이 1억5000만 달러로 농산물 중 단일 수출품목 1위를 기록했다.
한ㆍ중 FTA 등 앞으로 있을 시장 개방은 인삼에 위협요인인 동시에 기회기도 하다. 중장기적으로 수입 관세가 낮아지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량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중국, 동남아시아 등 최근 소득이 늘어나는 국가들을 상대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 역시 높다.
따라서 위협보다 기회 요인을 살리는게 관건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인삼생산ㆍ유통시설현대화사업을 지원해 총 9곳이 규모화된 생산유통단지를 조성했으며, 오는 2019년까지 20개소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구조 개선과 홍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임의자조금 형태인 인삼자조금을 생산자는 물론 제조ㆍ유통업계까지 포함한 의무자조금으로 바꾸는 방안이 진행중이다. 관련 법안은 이미 발효됐으며, 최근 의무자조금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버섯 수출규모도 한 해 3500만 달러 안팎에 달한다. 버섯은 고도의 재배 기술이 필요해 시장이 개방된다고 해도 비교적 국제경쟁력이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지속적으로 품종을 개선하는 한편 자조금단체 조성 등을 통해 판로확대와 유통구조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참깨, 국내 시장을 사수하라= 인삼이나 버섯 등이 해외시장 진출 채비를 마쳤다면 참깨와 땅콩은 안에서 타이틀 방어전을 치뤄야 하는 입장이다.
참깨의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12%다. 90%에 달하는 나머지 부족분은 수입 물량으로 충당한다는 얘기다. 생산액도 2000년 2683억원을 고점으로 꾸준히 감소하면서 지난해 1320억원으로 반토막이 됐다.
한때 400억원 규모로 생산되던 땅콩 역시 최근에는 20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자급률은 33.9%다.
참깨, 땅콩 등 유지작물은 자동화된 기계없이 일일이 수확해야 한다. 그러나 보니 인건비가 싼 중국산의 수입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예취기(베는 기계)가 개발되면서 해결책이 마련되어 가고 있다.
참깨 예취기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해 산업체에 기술 이전을 진행 중이다. 이를 사용할 경우 손으로 수확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을 최대 86%까지 줄일 수 있다.
농촌진흥청 전현종 연구사는 “참깨 재배면적은 2만5000ha로 매우 중요한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참깨 수확용 기계가 없어 일일이 손으로 수확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참깨 예취기로 노동력과 인건비를 줄여 농가 소득을 올리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 간식’ 땅콩은 품종 개발로 이미 수입산과 차별화가 시작됐다. 올해 들어서만 알이 굵고 딱딱해 부럼용으로 좋은 ‘보름땅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성분을 높인 ‘신팔광’, 단맛이 나는 ‘아미’ 품종을 개발했다. 이들은 모두 기존 품종 대비 수확량도 많다.
또 땅콩은 다른 작물과 비교해 비료나 농약사용을 덜 해도 되는만큼 유기농업으로 발전시키기가 수월해 수입산과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용작물, 6차 산업화 견인= 6차 산업화란 농업의 1차(생산)부터 2차(제조ㆍ가공), 3차(유통ㆍ문화ㆍ관광) 산업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특용작물은 기능성 식품 등 다양한 상품화가 가능하고 관광이나 체험 등과 연계하기가 쉽다.
경북 문경의 오미자 생산자 협회는 지난해 총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미자는 국내에서 주로 생산되는 50여종의 약용작물 중 생산량이 가장 많다. 문경은 생산한 오미자로 오미자청과 오미자 와인, 오미자 음식으로 가공해 판매했고, 오미자 축제와 오미자 체험마을을 통해 연간 7만5000명의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지난 2005년만 해도 300여 농가가 재배해 40억원의 소득을 올리던 문경은 지난해 1050여 농가가 895억원을 벌어들였다. 오미자 하나로 지역경제가 일어선 셈이다.
보성과 하동에 클러스터가 조성된 녹차 역시 6차산업화의 대표 작물이다. 관광산업과 연계해 다원의 테마화,주말농장 등 체험문화 공간이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