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남수단에 파견된 우리 한빛부대에 대한 실탄 1만발 지원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던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역풍을 맞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일본 내 야당은 아베 총리가 무기 수출 3원칙을 독단적으로 해체하려고 한다며 공격에 나섰다.

한빛부대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실탄 지원이 알려진 것은 유엔(UN)이나 양국의 공식적 발표가 아니라 일본 NHK의 보도를 통해서였다. 중요한 외교적 합의는 양국의 합의에 따라 동시에 발표를 하는 외교적 관례를 고려하면 속보이는 행위였다. 게다가 일본 측은 우리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빛부대가 직접 실탄 지원 요청을 해왔다”면서 “인도적 상황과 상황의 급박성을 감안해 지원을 결정했다”며 지원이 한국정부의 직접적 요청에 따른 결과임을 강조했다.

일본 측이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며 지원이 우리 측 요청에 따른 것으로 호도한 이유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23일 담화문에 드러났다. 스가 관방장관은 “이번 지원 결정은 무기수출 3원칙의 예외”라면서도 “정부는 국제 협조주의에 기초한 적극적 평화주의 아래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공헌해 나간다”며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이 아베 총리가 추장한 ’적극적 평화주의’의 결실임을 강조한 것.

더구나 아베 총리는 25일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자민당 선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측이 실탄을 수령한 현장에서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고 밝히며 이번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정작 일본 내 여론은 아베 총리에 호의적으로 흐르지 않았다. 전 방위대신 출신의 기타자와 도시미(北沢俊美) 민주당 의원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생겼다고 해서 경솔하고 지나치게 졸속하게 이뤄진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전후 처음으로 타국에 탄약을 제공해 무기수출 3원칙 위반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임시 각의 등을 열어 정말로 긴급성이 있는지 여부를 논의했어야 했다는 것.

마타이치 세이지(又市征治) 사민당 간사장은 “긴급성을 요한다 할지라도 국가 원칙이 걸린 큰 문제”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비판에는 보수파도 가세했다.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유신회의 한 중견 의원은 “무기 수출에 있어 서서히 규정을 어겨간다는 느낌은 부정할 수 없다”며 이번 결정이 자위대의 역할에 대한 한계를 자의적으로 벗어던지는 단초가 될 것을 우려했다.

한 일본 정치 전문가는 “가뜩이나 특정비밀보호법과 NSC 설치 강행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아베총리는 이번 한국의 요청을 받고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라며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협의 과정을 공개했지만 오히려 자국에선 독단적 결정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