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장률 추월 주택시장 정상화 · 서비스규제 완화 내수활력 높이는데 정책역량 집중 신규 취업자도 45만명 증가 목표
장밋빛 전망 우려 美테이퍼링 신흥국에 수출악재 가계대출 복병…소비위축 가능성 “고용률 70% 짜맞추기” 지적도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대폭 높여 잡았다. 4년 만에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 높은 3.9% 성장을 예상했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고루 성장에 기여하고 고용도 올해보다 많은 45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투자와 민간 소비 여건 개선으로 내수를 부양하는 데에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4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추월=정부는 지난해 말 ‘2013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으면서 “저성장이 고착되고 취약계층 중심으로 고용이 나빠져 서민 생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보다 더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3.4~3.7%)보다 높은 성장률 전망치로 경기 회복에 낙관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장밋빛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높게 잡았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세계 경제가 3.9% 성장할 때 우리 경제는 3.7% 성장에 그쳤다. 2012년에는 3.2%에 2.0%였고, 올해는 세계 경제 2.9% 성장에 우리 경제는 2.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관들의 내년도 세계 경제 전망치는 대체로 3.6% 수준인 데 반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3.9%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성장의 중심축이 수출에서 내수(투자+소비)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도 이번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 포인트다. 이는 세계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는 부분이다.
최근 10년간 민간 소비는 가계소득 둔화, 대출 원리금 부담, 부동산 시장 부진 등이 겹치면서 극도로 위축돼 있었다. 투자 역시 대내외 불확실성과 투자 여건 악화가 이어져 부진이 계속됐다. 기재부는 앞으로도 내수가 부진할 경우 체감 경기는 갈수록 악화되고 성장 잠재력이 회복되지 않는 등 구조적 취약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주택 시장 정상화와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내수 활력을 높이는 데에 정책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경제정책 방향은 첫째도 내수, 둘째도 내수, 셋째도 내수”라고 했다.
기재부는 올해 민간 소비가 물가 안정과 고용 증가에 따른 실질 구매력 개선으로 연간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 투자는 수출과 내수의 개선에 따라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6.2%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건설 투자는 주택 수주 감소, 공공부문 위축 등으로 2.0%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은 선진국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다소 회복되면서 올해(2.5%)보다 개선된 6.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입 증가율 역시 내수가 회복되면서 올해(-0.3%)보다 대폭 늘어난 9.0%에 달할 것으로 기재부는 전망했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는 올해 700억달러(예상치)에서 490억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는 2.3% 상승을 예상했다.
▶장밋빛 전망 아닌가=정부의 전망에 대해 일부에서는 도처에 깔린 위험 요인을 정부가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가 미국의 경기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신흥국에 주는 충격이 만만치 않아 우리나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대표적이다.
또 양적 완화 축소가 시중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잠복해 있는 가계 대출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민간 소비는 올해보다 더 위축될 수 있다. 한계상황에 달한 전ㆍ월세 부담과 계속되는 부동산 거래 침체도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주택 임대 시장 구조 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책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
취업자 수 45만명 증가 예상치도 고용률 70% 달성에 맞춰 짜맞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해 만들어내는 일자리도 있는 만큼 비현실적인 수치가 아니다”며 “고용 확대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 불안으로 인한 ‘한반도 리스크’와 철도노조 파업 등 격화하고 있는 노사 분쟁도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리해야 할 위험 요인이다.
신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