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BC 146~BC 89)이 살던 시대는 돈을 밝히는 것을 추하게 여겼다. 그러나 사마천은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백성들은 먹을 것을 하늘로 안다”며 경제의 중요성과 부의 위력에 대해 썼다. 사람들이 이익을 좇는 것은 오로지 부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사마천은 부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임을 강조했다.

사마천은 도가의 자연주의 사상을 바탕에 깔고 ‘화식열전’에서 시장경제의 원리를 논술하고 있다. 사람마다 자신의 생업에 힘쓰고 각자의 일을 즐기면,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이 백성은 부르지 않아도 절로 모여들고, 구하지 않아도 물품을 만들어 낸다. 즉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하는 수요공급의 법칙과 시장의 기능을 설파하고 있다. “푸줏간, 빵가게 주인들의 호의로 우리가 오늘 저녁을 먹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이 사마천의 화식열전에도 있었다는 게 흥미롭다.

화식열전에 등장하는 부호들은 사물의 이치를 헤아려 행동하고, 시세의 변화를 살펴 재물을 모으고 검약으로 부를 지켰던 사람들이다. 또 농사꾼, 기름장수 등은 대단찮은 직업인데도 부자가 된 것은 모두 성실하게 한 가지 일에 전념한 결과로 풀이했다. 재물은 약속을 잘 지키고, 성실하고, 용기있는 사람들에게 흘러간다. 부유해지는 데는 정해진 직업이 없고 재물은 따로 주인이 없다.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는 재물이 모이고,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서는 재물이 기왓장 부서지듯 흩어진다. 치밀하고 꼼꼼하게 행동하면 부유하게 살 것이고, 세상의 이치를 잘 몰라 어수룩하게 행동하면 가난하게 산다. 사마천의 부자론이다.

가난하고 천하게 살며 인의 운운하며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가난뱅이를 사마천은 막장인생으로 질타했다. 사마천은 예와 덕과 인의는 부유하면 생겨나고 가난하면 사라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농업으로 부를 얻는 것이 으뜸이고, 장사로 부를 얻는 것은 그 다음이며, 간교한 방법으로 부를 얻는 것이 가장 저급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옛날에도 재산가들은 떵떵거리며 여유롭게 살았다. 부는 왕과 즐거움을 같이한다. “사람들은 상대의 재산이 자기보다 열 배 많으면 헐뜯고, 백 배 많으면 두려워하며, 천 배 많으면 그의 심부름을 기꺼이 해주고, 만 배 많으면 그의 노복이 된다”며 사마천은 이 같은 세태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부의 위력을 강조했다.

중국인들은 관운장은 재물을 지켜주는 신, 백규는 재물을 모아주는 신으로 숭배하고 있다. 백규는 2500년 전의 워런 버핏이다. 그는 사람들이 팔 때 사고 살 때 팔았다. 좋은 종자를 쓰고, 거친 음식을 달게 먹고, 검소한 의복을 입었으며, 나아가 중국인들이 또 다른 상신(商神)으로 모시는 범려처럼 엄청나게 벌어서 모두 나눠주었다.

범려와 백규는 오늘의 워런 버핏과 같이 재산을 나누어주었기 때문에 2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 우리 부자들이 배울 교훈이다.

임석민 (한신대학교 사회과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