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5일 서울 시내 한 호텔 식당에서 조찬 모임을 가졌다. 비록 비공식이고 사적인 자리지만, 국제금융계 두 거물의 만남이어서 적잖은 관심을 모았다.
이번 만남은 지난 4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 라가르드 총재가 “시간을 쪼개 꼭 만나는 게 인간의 도리”라며 윤 전 장관에게 요청해 이뤄졌다. 두 사람은 이날 옛 인연과 추억을 떠올리며 환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또 세계경제 흐름과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금융계에서 두 사람의 인연은 깊고 인간적으로도 막역하다. 지난 2010년 11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IMF 쿼터(지분)와 이사 수 조정을 둘러싸고 대륙간에 팽팽히 맞서자 윤 전 장관은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이던 라가르드에게 도움을 요청, 유럽의 양보를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독일을 설득하는데 라가르드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듬해인 2011년 2월 프랑스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 때는 라가르드가 본인이 묵는 방으로 윤 전 장관을 초대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눈 일화도 유명하다. 회의 시간에 늦을 때는 라가드르의 개인 전용 보트를 타고 세느강을 건너 회의장으로 갔다고 한다.
그해 5월 라가르드가 IMF 차기 총재에 출사표를 던지자 윤 전 장관은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윤 전 장관은 2011년 6월 기재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지금까지 공직을 맡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의 인연은 앞으로도 ‘국제 금융계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