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소비자물가를 잡은 것은 농산물이다. 37년 만의 대풍(大豊)으로 기록될 만큼 작황이 좋아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수급안정대책도 최근 몇 년간의 공급 확대에서 수요 촉진으로 방향이 확 바뀌었다. 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도 풍년의 역설에 시름하는 농가를 돕기 위해 나섰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는 소매가격 기준 한 포기에 2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60원보다 32.5% 하락했다. 무와 건고추ㆍ감자 등도 모두 지난해보다 30% 이상 급락한 가격으로 시장에 나왔다. 다른 농산물도 예외가 아니다. 대파 가격은 작년보다 29%가량 떨어졌고, 과일로는 사과와 배 가격이 각각 16.7%, 20.7%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배추를 시장에서 격리하고 폐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까지 시장 격리를 신청한 배추 물량만 2만7000t에 달한다. 이달부터는 정부와 aT, 농협이 총 7000t의 배추를 수매해 비축할 계획이다. 괴산ㆍ해남 등 지자체는 김장축제로 소비 확대 분위기를 조성했고, 대형마트도 할인 또는 직판행사에 나섰다. 소비촉진을 위해 기업도 한몫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김장나눔 행사로 26만포기를 소화했고, 지난달부터 한 달 새 총 74개 기업이나 단체가 김장나눔 행사를 가졌다.
김장채소뿐 아니라 콩 등 다른 농산물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콩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가량 늘어나 산지 콩 가격이 급락하면서 농협중앙회는 이달 한 달간 두부와 두유 등 콩 제품을 반값에 판매하기로 했다.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