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ㆍ신대원 기자]박근혜 정부가 한반도안보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3각파도에 맞닥뜨리고 있다. 신뢰에 바탕을 둔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펼쳐보기도 전에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팽창, 한미일 한보동맹의 약화, 북한의 체체불안까지 ‘코리아 리스크’를 구성하는 세개의 아킬레스건이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4일 이와관련 “심각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잠잠하지만 내부적으론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동중국해는 물론 서해까지 넘보고 있는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CADIZ)확장에 이어 지난 3일 확인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으로 인한 북한권력의 불안정성은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는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향후 동북아 안보 질서 재편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게다가 이 세개의 아킬레스건이 톱니바퀴 마냥 서로 물리고 물려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북한 내부의 권력암투에 따른 불안정은 어디로 불똥이 뛸지 모른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에 명분과 힘을 실어주고,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 역학구도를 둘러싼 ’중국 대 미국ㆍ일본‘의 대결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된다. 우리나라의 입지는 갈수록 위축될 공산이 크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반도를 둘러싼 북한, 중국, 일본의 위협은 개별적인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또 다른 상대방을 자극하는 연쇄효과를 미친다”며 “중국의 CADIZ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로 가뜩이나 불안정해진 한반도 안보 지각판이 이번 북한 권력의 재편으로 한층 더 불안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성택의 숙청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관측도 있지만 북한이 더욱 도발적이고 강경하게 나올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치적으로 ‘온건파', 경제적으로 ’개혁ㆍ개방파‘의 노선을 견지해온 장성택의 실각으로 김정은체제는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필두로 하는 신군부 세력의 전면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온건파 숙청→신군부의 전면 등장→장거리 미사일 발사→4차 핵실험 강행’ 등 한반도의 긴장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애기다.

특히 군부와 당ㆍ내각 간의 세력다툼 과정에서 김정은의 의지와 상관없이 군부 입김에 의해 장성택이 밀려났을 경우, 김정은의 통치기반 약화로 인한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된다. 일각에선 피의 숙청이 계속되고 권력쟁취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군부의 ‘무혈쿠데타’라는 시각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교수는 “장성택의 비중이 막강했는데 그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다"고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향후 북한의 크고 작은 권력투쟁이 잇따라 체제 불안정이 심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체제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외부로 총구를 돌려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우려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은 “북한 체제가 불안해지면 결국 강경파가 득세하게 되고 남북관계도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