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히트 테크 데이’ 개최

탑승객의 쾌적함 높일 열관리 기술 3종 공개

온도 10℃ 낮춰주는 ‘나노 쿨링 필름’ 관심집중

복사열 난방시스템, 금속코팅 발열유리도 눈길

“열관리에 진심이라서”…현대차·기아, 5400㎞ 떨어진 파키스탄까지 날아간 이유는? [그 회사 어때?]
실제 나노쿨링필름을 시공해본 파키스탄 현지 소비자들이 차량의 열 차단 성능에 감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남아시아 국가인 파키스탄은 안전과 보안상의 이유로 틴팅(썬팅)을 국가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요. 틴팅이 없어도 차량의 실내 온도를 낮춰주는 ‘나노 쿨링 필름’을 테스트하기 위해 최적의 장소였던 셈이죠.” (이민재 현대차·기아 에너지소자연구팀 책임연구원)

인도보다 더 먼 중동에 인접한 덥고도 습한 국가. 한국에서도 5400㎞ 가까이 떨어진 파키스탄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는 연구원은 “세계최초로 개발된 기술”이라기술고 강조했다.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 유리에 부착하면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추는 기술이다. “희망 고객을 대상으로 현대차 현지 고객들에게도 무료로 필름을 장착해 드렸어요. 놀라울 정도로 높은 만족감을 보였죠.” 연구원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열관리에 진심이라서”…현대차·기아, 5400㎞ 떨어진 파키스탄까지 날아간 이유는? [그 회사 어때?]
현대차·기아가 아이오닉6 차량 두 대를 통해 ‘나노 쿨링 필름’의 성능을 시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22일 서울 중구 크레스트 72에서 ‘히트 테크 데이(Heat Tech Day)’를 개최하고, 차량 내부의 온도를 조절해 실내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첨단 기술을 전격 공개했다. ‘차캉스’, ‘카케이션(Car+Vacation)’라는 시쳇말이 등장할 정도로 모빌리티 내부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려고 하는 고객들의 니즈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다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한 자리다.

현대차·기아가 이날 공개된 첨단 기술은 ▷나노 쿨링 필름과 더불어 ▷탑승객 주위의 발열체를 통해 체감 온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 ▷세계 최초로 48V(볼트) 시스템을 적용해 유리 내부의 금속 코팅에서 빠르게 열을 내뿜어 서리와 습기를 제거하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등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나노 쿨링 필름은 창문에 붙이면 여름철 차량 내부 온도를 최대 10℃까지 낮춰주는 서비스다.

현대차·기아는 현장에서 내·외장 색상이 동일한 아이오닉6 차량 두 대를 마련하고 한 대에는 나노 쿨링 필름을 시공, 나머지 한 대에는 출고 상태 그대로 전시하면서 실내 온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상황을 시연했다.

나노 쿨링 필름은 단순히 차량 외부 열을 차단하기만 하는 기존의 틴팅(썬팅) 필름과는 달리, 외부 열 차단과 더불어 차량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할 수 있는 첨단 소재로 제작됐다. 가시광선의 투과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창을 어둡게 하지 않으면서 기존 틴팅 필름과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현재는 오랜시간 정차된 차량을 대상으로만 테스트가 이뤄진 상황이라 실제 주행환경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성능검증은 필요한 상황이다.

“열관리에 진심이라서”…현대차·기아, 5400㎞ 떨어진 파키스탄까지 날아간 이유는? [그 회사 어때?]
이민재 현대차·기아 에너지소자연구팀 책임연구원. [김성우 기자]

이 책임연구원은 “기술개발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마치고, 현재 2~3년정도 교체주기로 내구성을 설정하면서 실제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와이퍼가 작동하는 차량 앞유리에 필름을 설치할 경우에는 필름의 손상을 막을 수 있는 와이퍼도 별도로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경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선보인 첨단 기술인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사람의 몸을 감싸는 발열체가 3분 안에 온열감을 전달할 수 있도록 구현된 기술이다. 차량에 들어온 열기를 오래간 담을 수 있는 발열체를 탑승자의 몸에 닿는 부분에 배치하면서, 공조열 없이도 훈훈한 실내환경을 즐길 수 있도록 신경썼다.

현대차·기아 연구진은 한국의 전통 가옥환경에서 발전한 온돌 기술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고 한다. 따뜻한 온돌에 몸을 대면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차량내 발열체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가장 한국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완성차 선진화에 도전하는 기술인 셈이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실제 탑승자의 다리 부위를 둘러싼 위치에 복사열을 발산하는 발열체를 적용할 경우 겨울철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덥힐 수 있다. 기존 기존 공조 시스템과 함께 활용할 경우 적정 온도에 도달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를 17%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열관리에 진심이라서”…현대차·기아, 5400㎞ 떨어진 파키스탄까지 날아간 이유는? [그 회사 어때?]
오만주 현대차·기아 통합열관리리서치랩 연구위원. [김성우 기자]

또한 고온 필름형 발열체와 화상 방지 시스템을 탑승하면서 소비자가 화상을 입지 않도록 추가로 신경썼다. 110℃까지 열을 발생시키는 필름형 발열체가 각 모듈 안에서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감싸고 있는 직물 소재가 인체에 따뜻한 온도로 열을 조절해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이날 현대차·기아는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차 EV9에 이 기술을 적용,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오만주 현대차·기아 통합열관리리서치랩 연구위원은 “겨울철의 추위를 가장 빠르게 없앨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복사 난방”이라며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통해 빠르면서도 건조하지 않은 난방이 가능해질 것이므로 고객들이 겨울에도 차를 타는 데 거리낌이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선보인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투명한 금속 코팅면이 열을 발생시켜 서리와 습기를 제거해주는 기술이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차량 전면의 접합 유리 사이에 약 20개 층으로 구성된 금속 코팅을 삽입해 유리 스스로 열을 발생시킨다. 특히 48V의 고전압 시스템을 통해 영하 18℃에서도 유리 표면의 성에를 5분 내에 완전 제거할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 공조 시스템과 비교해 약 10% 더 적은 전력으로 최대 4배 빠른 제상이 가능하다. 현대차·기아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관련 기술을 국내외 주요 시장에 특허 출원했으며,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정기헌 현대차·기아 MLV외장설계1팀 파트장은 “고객의 편의와 쾌적성이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주행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라며 “특히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는 서리를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48V 시스템과의 만남으로 기술의 효용과 완성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열 관리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친환경 수요에 대응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첨단 열관리 기술 연구를 총괄한 정영호 현대차·기아 열에너지통합개발실 상무는 “현장에서 공개된 기술 세 가지는 다른 어떤 기술보다 고객에게 가장 가까이 와닿기 위해 내놓은 기술들”이라며 “차량이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서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냉난방기술도 발전시켜, SDV(소프트웨어중심차)와 PBV(목적기반모빌리티) 시대로의 전환에 부지런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열관리에 진심이라서”…현대차·기아, 5400㎞ 떨어진 파키스탄까지 날아간 이유는? [그 회사 어때?]
정영호 현대차·기아 열에너지통합개발실 상무. [김성우 기자]
“열관리에 진심이라서”…현대차·기아, 5400㎞ 떨어진 파키스탄까지 날아간 이유는? [그 회사 어때?]
현대차그룹이 20일 마련한 '히트 테크 데이' 전시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