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통한 군살빼기 돌입
실적부진 계열사 최고경영진 속속 경질
SK이노·E&S 합병 등 사업재편설 ‘부각’
베트남 마산·빈그룹 투자지분 매각 추진
산업은행 통한 반도체자금 지원 가능성도
SK그룹이 그룹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자금 확보, 비주력 투자자산 처분, 부진한 계열사 최고경영진 교체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초부터 진행 중인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한 ‘리밸런싱(재구조화)’ 작업이 본격화한 셈이다. ▶관련기사 18면
특히,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앞두고 그룹 차원의 방만한 중복투자·사업을 정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군살 빼기 강도를 높이고 있다.
SK는 우선,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경영진 경질에 나서며 고강도 인적쇄신의 신호탄을 쐈다. SK는 최근 투자전문 중간지주회사 SK스퀘어의 박성하 대표이사 사장을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는 잇단 투자실패 등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2조3397억원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임에는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경우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를 보직 해임했다.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의 여파로 올해 1분기 3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SK온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상태다. 추가적인 임원 인사가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에는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고 이 자리에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이 임명됐다. 역시 무리한 사업 확장 및 실적 부진과 투자 성과 미흡이 교체의 이유였다.
국내 최대 정유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기업 SK E&S 간 합병설도 부상했다. 이를 통해 SK온의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고 에너지 분야 사업의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만약 실제로 양사 합병이 성사된다면 매출 규모만 90조원에 육박, 자산총액은 105조원을 웃도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설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SK E&S와 SK온 합병 등 다양한 방안이 그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SK는 최근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 간 중복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 정리에 나선 상태다. 무분별한 중복투자·신사업 진출 등으로 비효율이 발생하면서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장은 지난해 말 취임 직후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이관해 일원화하기도 했다.
앞서 최태원 회장 역시 지난해 10월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사업 확장과 성장 기반인 투자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투자 완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SK는 베트남 투자 지분 매각을 통한 실탄 확보에도 나섰다. SK㈜는 최근 베트남 마산그룹 측에 지분 9%를 처분하는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현재 매각 협상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양 그룹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 약 1조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SK 관계자는 “마산·빈 그룹과의 파트너십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SK렌터카의 지분 100%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에 8200억원에 양도하는 안건을 의결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추가로 지원 받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SK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자금 지원 요청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SK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정부는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 지원 방안’을 추진하면서 산은에 17조원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해당 대출 프로그램을 위해 산은이 자본확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출한도가 확대될 수 있다. 산은은 동일 차주에 대한 여신한도를 자기자본의 20%에서 법정한도인 25%로 높이는 방향으로 내부규정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희·강승연·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