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중순 연일 30도 때이른 더위
온열질환자 작년동기比 2.3배 늘어
열사병 주의...의식장애, 사망위험도
외부활동 피하고, 수분 자주 섭취해야
올여름 유난히 습도가 높은 찜통 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벌써부터 연일 30도를 웃돌아 전국 곳곳에서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전문가는 올여름에 40도를 넘는 찜통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있다. 폭염은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경우를 뜻하는데, 이런 날씨가 2일 이상 지속될 경우 폭염주의보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불쾌감이나 권태감, 집중력 저하 등의 가벼운 증상도 있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현기증, 메스꺼움, 근육경련 등을 비롯한 열실신이나 의식변화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그늘이나 에어컨이 작동되는 안전한 실내로 이동해 몸을 식히는 게 중요하지만 휴식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고온에 장시간 노출 시 온열질환 위험...외부 활동 자제해야=사람은 대표적 항온 동물로 36.4~37.2도의 체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과도한 열에 노출돼 열 조절 기능의 한계를 넘으면 건강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바로 온열질환이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6월 14일까지 경기도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3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명보다 2.3배 늘었다.
온열질환에는 열경련, 열부종, 열실신, 열탈진(일사병), 열사병 등이 있다. 근육통이 나타나는 ‘열경련’, 몸이 붓는 ‘열부종’, 갑자기 의식을 잃는 ‘열실신’,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하는 ‘열탈진(일사병)’은 대개 서늘한 곳에서 쉬면 금세 회복된다. 하지만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 노출된 뒤 심부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중추신경계의 이상 소견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섬망, 발작, 혼수 증상이 나타나고 빈맥(맥박이 빠른 것), 저혈압, 과호흡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서민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소 고혈압·당뇨병·뇌졸중·협심증·동맥경화 같은 심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더위 자체가 건강의 커다란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외부 활동을 하다가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리거나 어지럼증·무력감을 느꼈다면 바로 활동을 멈추고 그늘이나 시원한 곳에서 10~2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40도 이상 고열·의식장애 나타나면 ‘열사병’의심해야=열사병은 흔히 열탈진으로 부르는 일사병과 비교된다. 일사병은 뜨거운 햇볕에 오랜 시간 노출됐을 때 몸이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체온이 37~40도 사이로 상승하고 적절한 심장 박동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중추신경계의 이상은 없는 상태로 시원한 곳에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 정상으로 회복된다. 원인은 고온의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다. 땀을 흘린 후 적절한 수분 보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혈액의 용적이 감소해 나타난다.
반면 열사병은 과도한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더운 환경에서 운동이나 작업을 시행하면서 신체의 열 발산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다. 40도 이상의 고열이나 의식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열사병은 여러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는 응급상황으로 즉각적인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노인, 알코올 중독자,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치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또는 정신과 약물이나 이뇨제를 복용하는 경우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냉방이 잘 안 되는 주거환경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열사병 치료의 기본 원칙은 냉각 요법이다. 환자의 체온을 가능한 한 빨리 낮추는 것이 질병의 악화를 줄이고 예후를 좋게 할 수 있다. 우선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환자가 입고 있는 옷을 벗기고 서늘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젖은 수건 등으로 환자의 몸을 감싸고 찬물을 그 위에 뿌려주는 것도 좋다. 의료기관에서는 얼음물에 환자를 담그거나 냉각팬, 냉각 담요 등을 사용해 체온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한낮 폭염 피하고, 운동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해야=온열질환은 예방이 특히 중요하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원인이 되는 폭염을 피하는 것이다. 폭염이 심한 한낮(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에는 외출을 삼간다.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한다면 가볍고 헐거우며 바람이 잘 통하는 밝은 소재의 옷을 입는다.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으로 햇볕을 차단하고 물통을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마신다. 신발은 땀을 잘 배출하는 샌들을 신는다.
서민석 교수는 “한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질 경우 야외 활동 시 열지수나 기상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주변에 서늘한 휴식 장소가 있는지 확인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운동은 아침 일찍 또는 석양에 하는 것이 좋고 운동 전과 운동 중에 자주 수분을 공급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폭염은 건강한 성인도 지치게 하지만 노인에게는 치명적이다. 김덕호 노원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은 열경련, 열실신, 열탈진과 같은 생명의 위독함이 낮은 질환에 더 잘 이환되나 노인은 신체온도 40도 이상과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한 열사병에 더 많이 이환되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실제로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높고, 대다수가 실외에서 발생하며 작업장과 논밭에서 일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햇볕이 가장 강한 낮 시간대(오전 11시~오후 5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폭염 원인 사망자 대다수는 노인, 당뇨 등 만성질환 있다면 더 조심해야=노인층이 가진 다수의 만성질환은 폭염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에 교란 효과를 일으킨다. 노화에 따라 신체 조성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는데 대표적으로 총체액량의 변화다. 쉽게 말해 노인은 젊은 성인에 비해 총체액량이 감소돼 고온에 노출될 경우 탈수와 전해질 이상에 빠지기 쉽다.
뿐만 아니라 심장의 기능은 저하되고 이에 따라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열을 쉽게 발산하기 어려워진다. 피부와 점막은 피하 혈류의 감소와 탄력성이 저하돼 당뇨 혹은 말초혈관성 질환을 지닌 노인은 내부의 열을 발산하기 어려워진다. 김덕호 교수는 “폭염은 노인에게 단순히 열탈진,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에 노출되는 것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외부 활동 저하로 근 손실 후 거동 장애를 호소하거나, 식욕부진으로 섭취 저하, 전해질 이상 소견과 영양결핍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며 “평소 복용하던 약을 먹지 못해 만성질환의 급성기 이완으로 응급실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치매의 급성 진행과 같은 이차적 영향을 보이는 것이 노인의 특성임을 인지하고, 당사자를 비롯한 보호자 역시 폭염에 대한 적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도 강조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