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새누리당이 지방자치제도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꺼낸 ‘지자체 파산제’에 대한 정치권 논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방정부의 방만한 운영을 막기 위한 개혁 조치라지만, 중앙정부 정책으로 인한 지출 소요가 컸던 지자체는 당장 ‘책임 떠넘기기’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지자체 파산제 도입 제안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관련 논의와 연계된 것으로 비쳐지면서 지방에서의 중앙당 영향력을 견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자체 파산제 도입을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상당수 지자체가 부채에 허덕이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특히 단체장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방만한 재정집행이 우려되는 지자체엔 강력한 견제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전국 지자체들 사이에선 지방재정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고 지자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보는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전시성 행정으로 인해 재정난을 겪은 일부 사례에 대해 부정하진 않지만, 세금 분배 등 지방재정의 구조와 복지지출을 크게 늘린 정부정책에 대한 책임회피라는 것이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도 15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남용하는 등 부채에 의존하는 모습도 많아 이를 보완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가가 먼저 지방재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것”이라며 “복지 정책으로 인해 재정 수요가 너무 큰 데다 지방재정자립도는 너무 낮고, 지자체별 재정 불균형이 이렇게 심한 상황에 대한 사전 정비가 먼저 이뤄진 다음에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가 지자체 파산제를 제안한 시점도 공교롭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등 정치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지자체 파산제를 통해 지방에서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읽히는 탓이다. 이에 정개특위 소속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지방선거 게임의 룰을 확정해야 할 시점이 열흘정도밖에 안남은 시점에 상당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새로운 제안을 하는 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답을 내라는 국민들 요구에 엉뚱한 새로운 문제를 낸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얘기를 꺼내봐야 정상적으로 토론하기 힘들다는 것을 아는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을 지키라는 것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지자체도 파산할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보편적인 규범”이라며 “지자체 파산과 관련한 법령이나 규정을 만들고 엄격한 심사로 파산절차에 돌입, 피해구제한 뒤 훗날 다시 요건을 갖추면 지자체에 권한을 돌려주는 것은 지자체 통제가 아니라 주민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라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