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A(40) 씨는 최근 자신의 투자 감각과 전략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가 계속될 것이란 생각에 주당 910달러 내외였던 ‘대장주’ 엔비디아 주식을 매수했다 물렸고, ‘반감기’ 이후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생각에 ‘억(億)트코인(비트코인 개당 1억원)’에도 투자했다 9000만원 선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속앓이 중이기 때문이다. A 씨는 “포모(FOMO, 나만 소외되는 것을 불안해하는 심리)에 휘둘려선 안된다는 주변 조언보단 장밋빛 미래만 그렸던 내 스스로의 판단 탓”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론 우상향 곡선을 반드시 그릴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때 개당 1억원을 넘어섰던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9000만원 아래로 주저 앉으면서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역사적 호재로 꼽히던 ‘반감기’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크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3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5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9125만4000원을 기록 중이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열흘 전인 지난 10일까지도 1억3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반감기 이후 더 크게 하락하면서 최근엔 두 달여 만에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날 비트코인 가격은 8800만원 대까지 후퇴하며 9000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전날 오후 4시 빗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2.65% 빠진 8855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인 8800만원 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6일 이후 54일 만이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월가의 투자분석회사인 울프 리서치는 “당분간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롭스 긴즈버그 울프 리서치 최고투자전략가도 “지난 2021년 신고점 갱신 후 정체된 것과 비트코인 가격이 같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 금리 인하) 개시 시점이 갈 수록 뒤로 미뤄지고, 그 폭 역시 작아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도 비트코인 가격엔 악재다. 고(高) 금리 시대가 이어질 수록 위험자산에 대한 투심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통념이기 때문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에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후속 이벤트가 단기적으로 부재하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이벤트가 아닌 비트코인이 부각될 고유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간 비트코인은 한정된 발행량에 따라 신흥국 통화 헤지와 각국 통화정책 실책 등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미국 유명 가상자산 트레이더 피터 브랜트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반감기 이후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해 왔지만 이미 정점을 찍었다면 비트코인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이번 사이클을 통해 고점을 이미 찍었을 확률은 25%”라며 “실제로 고점을 찍었다면 가격은 3만달러대 중반(4823만원) 혹은 2021년 최저점(3만달러 이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간의 조정세를 거치고 나면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 계기는 홍콩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될 것이란 설명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 화샤기금(ChinaAMC)과 하비스트(Harvest) 펀드 운용, 보세라자사운용·해시키캐피털 등 3곳은 이날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시작한다. 이로써 홍콩은 전 세계에선 지난 1월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된다.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비트코인 가격에 호재로 작용하기 위해선 중국 자금의 유입 여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21년 9월 자금세탁과 화폐 유출,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환경 영향 등에 대한 우려 등으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는 등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중국 기업의 홍콩 상장 독려를 추진하는 등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거래가 본격 시작될 경우 중국 본토 자본의 유입 기대감이 수급 측면에서 비트코인 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홍콩 ETF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미국 승인과 달리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