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자율작업 트랙터, 베테랑 농부에 완승
LS엠트론 국내 최초 자율작업 트랙터 상용화
장애물 감지·긴급 정지 기능 갖춘 3.5단계 수준
안전사고 대응에 운용 효율성·생산성 동시 향상
누적 판매 100대 돌파…“연 300대 판매 목표”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완주)=김은희 기자] 이달 19일 찾은 전북 완주군 LS엠트론 센트럴메가센터에서는 특별한 대결이 펼쳐졌다. 자율작업 트랙터와 베테랑 농부 중 누가 두둑 성형을 더 잘하는지 겨루는 ‘고수들의 진검승부’다. 자율작업 트랙터는 스스로, 농부는 직접 트랙터를 조작해 약 5000㎡의 노지에서 각각 두둑 성형을 했고 작업 정밀도를 비교했다.
두둑은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내어 불룩하게 흙을 쌓아 올린 곳으로 씨앗이나 모종을 심는다.
지난 8~9일 이틀에 걸친 예선에서 선발된 최종 3인이 차례로 출전했고 뒤따라 운전석이 텅 빈 자율작업 트랙터도 작업에 나섰다. 이들은 모두 고수답게 주어진 시간 내 14개의 긴 두둑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두둑 형태의 반듯함과 두둑 간격의 일관성을 들여다보니 차이가 있었다. 베테랑 농부 3인이 만든 두둑도 꽤 일정하고 똑바르게 보였지만 자로 잰 듯 반듯한 자율작업 트랙터의 두둑과는 비교가 안 됐다. 자율작업 트랙터는 47m인 두둑의 시작점과 끝점의 오차가 1.41㎝에 불과했고 두둑 간의 평균 작업 간격도 작업기 내 간격인 215㎝와 일치했다. 베테랑 농부의 직진 오차는 5.51~13.52㎝, 평균 작업 간격은 225~234㎝였다. 자율작업 트랙터의 완승이었다.
예선에 이어 결승에서도 ‘사람 1등’을 차지한 귀농 12년차 이두현 씨는 “누구를 데려다 놔도 자율작업 트랙터는 못 이긴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밤에도 필요할 때면 언제든 작업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조만간 교체가 필요한 중형 트랙터를 자율작업 트랙터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했다.
인천 강화에서 온 트랙터 운전 30년 경력의 농부 방상훈 씨는 농번기면 24시간 꼬박 농작업을 하기도 한다며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사람이 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하니 이제는 자율작업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LS그룹의 산업기계·첨단부품 전문기업 LS엠트론은 2021년 하반기 국내 최초로 자율작업 기능을 탑재한 트랙터를 출시했고 현재 자율작업 3.5단계까지 상용화해 공급하고 있다. 이날 베테랑 농부를 가볍게 꺾은 ‘찐고수’가 바로 3.5단계 자율작업 트랙터다.
3.5단계 자율작업 트랙터는 별도의 조작 없이 전진과 후진, 회전, 작업기 연동 등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며 완전 무인 작업인 4단계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인 장애물 감지 기능과 긴급 정지 기능을 포함한다.
최종민 LS엠트론 트랙터선행연구팀장은 “운전자 편의와 피로 절감을 핵심 가치로 두고 자율작업 트랙터 개발을 진행했는데 안전사고 대응과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농지에는 장애물 등 다른 위험 요소가 없는 편이라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먼저 자율작업 트랙터가 적용돼 일반 농민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S엠트론의 자율작업 트랙터 상단에는 초정밀 위치 정보 시스템인 RTK(초정밀측위)-GNSS(위성항법시스템)가 더듬이처럼 달려 있어 실시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트랙터 내부에는 사용자 모니터가 있어 터치만으로 원하는 작업을 쉽게 지시할 수 있다. 하부의 전자 유압식 조향 장치는 트랙터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전면에 있는 라이더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한다.
이를 통해 운전이 미숙한 초보 농민도 정밀한 작업을 심지어 한밤중에도 할 수 있을뿐더러 트랙터 안에서 편하게 앉아 드라마를 보는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경작 시간을 줄이고 수확량을 늘릴 수 있으며 중복 작업을 방지하다 보니 연료 소모도 아낄 수 있다.
실제 LS엠트론이 양파 농사 현장에서 테스트한 결과 경작 시간을 수동 작업 대비 25% 단축했고 수확량은 7% 개선해 경작지 약 2만㎡ 기준 약 250만원의 수익 증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정지 상태에서 트랙터 위치 정밀도는 2㎝ 이내, 작업 시 최대 오차 7㎝ 이내로 확인됐다.
직접 트랙터를 타고 땅 고르기 작업을 경험해 보니 자율작업의 강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수동 작업 때는 기본적인 운전의 피로감은 기본이고 수시로 뒤돌아보며 작업 상황을 살펴야 했고 작업기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자율작업은 작업지 경로만 지정해주면 끝이었다. 앉아 있기만 해도 알아서 작업했다.
LS엠트론과 경쟁 구도인 대동과 TYM 등 국내 다른 농기계 업체도 자율작업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동은 지난해 10월 자율작업 트랙터 판매를 시작했고 TYM도 올해 1월 자율작업 트랙터 양산에 돌입했다. 다만 LS엠트론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3.5단계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는 기술적 우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동과 TYM의 자율작업 트랙터는 3단계다.
LS엠트론은 지난해까지 자율작업 트랙터를 누적 100대 정도 판매했다. 올해는 300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주력인 117마력 MT7 모델을 기준으로 자율작업 트랙터의 가격은 약 1억3000만원으로 일반 트랙터 대비 3000만원가량 비싸다. 상용화 초기에는 얼리어답터 성향의 젊은 층 관심이 많았지만 이제는 나이가 지긋한 분도 신청하는 분위기라고 LS엠트론 관계자는 귀띔했다.
LS엠트론은 완전 무인 작업을 위한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하는 한편 자율작업 트랙터 라인업 확대, 자율작업 키트 출시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자율작업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쓸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자율작업 트랙터를 선보였고 올해 6월에는 유럽 지역 시연을 계획하고 있다.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세계 농업용 자율주행 트랙터 시장 규모는 2024년 1조7000억달러에서 2029년 5조5000억달러로 연평균 26.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종민 팀장은 “해외 선진업체는 이미 2~3년 앞서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200마력대 대형 트랙터부터 자율작업이 적용됐고 점점 작아지고 있어 틈새시장을 노리면 충분히 우리 제품을 적용 가능한 시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LS엠트론은 해외 시장에서 중소형 트랙터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LS엠트론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 기준 1조190억원인데 이중 트랙터 사업의 비중은 70%를 웃돈다. 국내 트랙터 부문에서 대동, TYM와 3강 구도를 확고히 하고 있고 있으나 내수 농기계 수요 위축으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트랙터 수출 비중이 최근 들어 70~75%에 달하는데 이러한 해외 수요 확대가 영업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나이스신용평가는 분석했다. LS엠트론은 트랙터와 함께 ▷사출성형기 ▷특수(궤도) ▷전자부품 등 4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재호 LS엠트론 사장은 올해 초 완주 센트럴메가센터 개장 당시 “자율작업 트랙터 기술 선점은 향후 트랙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상용화된 자율작업 트랙터로 국내 첨단 농기계 시장을 선도할 것이며 세계 농기계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