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 정부가 내달말 3국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북한과 일본은 정상회담을 위한 외교적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양국간 군사협력을 주요 의제로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2일 전화 통화를 했다. 이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7일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났다. 동북아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는 주요 국가들의 발길이 빠르다. 한국을 둘러싼 경제·교역·안보 환경을 바꿀 주요국간 대화와 결정들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급변하는 외교 지형 속에서 발언권과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 방문에 앞서 7일 보도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 정부가 북한에 “고위급 접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납북자와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의제로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기시다 총리는 또 “일본의 억지력과 (군사적)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은 미국과의 동맹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했다. 미일 정상회담의 핵심도 양국간 군사적 협력 강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3일 “미일이 필수적 군사·국방 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잠재적으로 공동 생산하기 위해 더 협력하는 것을 처음으로 가능하게 하는 조치들”이 발표된다고 했다.

미일 군사적 동맹 강화와 북일 정상회담 추진은 동북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획기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기시다 정권 입장에선 추락한 자국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서, 이는 일본과 동맹 수준을 높여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이해와 일치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전화통화에서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해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했으나 대만과 기술전쟁을 둘러싸고 팽팽한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옐런 장관은 리창 총리에게 중국의 전기차·태양광 과잉 생산 문제를 제기했다. 미중간 대화·제재의 투 트렉 전략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4년여간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 차기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일정을 3국이 협의 중이라고 지난 5일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회의 시점은 이르면 내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선 북한 핵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문제 등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의장국이니만큼 이번 회의를 우리의 외교 발언권과 주도권을 강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