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모욕당해” 어린 딸 생일에 아내 살해한 父…선처 호소했지만 ‘15년형’
법원 마크.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노인이 같은 방 환자를 때려 숨지게 했으나 1·2·3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이유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상해치사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박모(77) 씨에게 원심판결을 지난달 12일 확정했다.

박 씨는 2021년 8월 7일 새벽 부산의 한 병원에서 잠을 자던 다른 환자를 소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당초 병실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간호조무사로부터 제지당하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알코올성 치매 환자로 2008년 처음 진단을 받았고 뇌수술 이후 증상이 심해져 2020년부터 입원 중이었다.

검사는 박 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고 기소했다. 형법에 따르면, 심신미약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아예 없지는 않고 모자란 경우'로 처벌을 받기는 받되 감경할 수 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박 씨가 심신미약을 넘어서 심신상실 상태라고 판단했다. 형법에 따르면, 심신상실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아예 없는 상태'로 처벌하지 않는다.

2심 법원은 의료감정 결과와 병원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박 씨가) 평소 어느 정도의 인지능력을 갖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범행 당시에는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변식(분별)할 만한 판단 능력이나 그 변식에 따라 행동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치료감호를 청구했으나 이 역시 "피고인은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가 불가능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어 치료감호시설보다는 요양시설에서의 관리가 더욱 적절할 수 있다"며 기각됐다.

검사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