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비상이다. 특히 사과 배 등 과일류 값이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사과(후지·상품) 10㎏당 도매가격은 9만900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22% 폭등했다.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금사과’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이 가격도 보관상태와 품질에 따라 10만원을 훌쩍 넘어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꿈틀대는 것도 과일 등 농산물 가격 급등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정부도 물가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그리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사과와 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입 과일류 관세 인하 품목을 24종에서 5종을 더 늘리는 등 공급 확대 방안을 주로 담았다. 앞서 정부는 전통시장 농산물 할인상품권을 추가 발행하고 축산물 납품 단가 지원과 수산물 비축 물량 공급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치솟는 농산물 가격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산물은 계절적 특수성과 기후의 영향으로 작황 편차가 크고 그에 따라 가격도 들쭉날쭉하게 마련이다. 지난해만 해도 사과의 경우 꽃이 피는 시기에 이상저온이 덮치고, 긴 장마와 폭염으로 작황이 매우 부진했다. 이 때문에 사과의 생산량이 전년대비 30% 가량 줄어 추석 이후 가격이 지속 올랐던 것이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30% 생산이 줄었는데 가격은 그 4배가 올랐으니 수급에 따른 가격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생산자에게 그 이득이 다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중간 유통 과정에서 그 과실을 다 챙긴다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1500억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겠다지만 그 돈은 결국 물량을 비축해 둔 대형 중간업자에게 들어가고 말 것이란 얘기다. 국민의 혈세로 이들의 배만 불릴수는 없지 않은가. 유통구조가 가격의 왜곡을 가져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물가를 잡기 위해 ‘특단의 조치’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특단’은 궁극적으로 유통구조의 획기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의 유통구조로 보면 현지에서 1000원에 나간 사과를 소비자는 3000원에 사먹고 있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더 단순화하고 도매시장법인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 구조를 촉진하는 등의 다각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